"이영표는 유럽 최고의 왼쪽 풀백 중 한 명이다".
'초롱이' 이영표(29)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현재 소속팀인 잉글랜드 토튼햄 핫스퍼로 이적했을 당시 마틴 욜 감독이 했던 얘기다. 욜 감독이 자신의 선수를 추켜세우기 위해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영표가 이적하자마자 그동안 주전 왼쪽 윙백으로 데리고 있던 에릭 에드만을 이적시킨 것을 보면 그만큼 신뢰가 가득했음을 느낄 수 있다.
◆ 프리미어리그에 '연착륙'
지난 2000년 드래프트 1순위로 안양 LG(현재 FC 서울)의 유니폼을 입었던 이영표는 단숨에 팀의 주전 미드필더를 꿰찼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견인한 뒤 그 해 12월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고 있던 박지성과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건너갔다.
PSV 아인트호벤에서 단숨에 주전 풀백 자리를 꿰찬 이영표는 박지성과 함께 2004~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며 팀을 4강까지 이끌었고 지난해 5월 AC 밀란과의 준결승서 풀타임을 뛰며 어시스트까지 올리기도 했다.
유럽축구에 완벽히 적응하며 한일 월드컵 당시보다 업그레이드된 이영표는 결국 이적시장 마지막 날 전격적으로 토튼햄 핫스퍼로 이적했고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었던 리버풀과의 경기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주간 '베스트 11'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 도중 부상에 대표팀 A매치와 소속팀을 오가는 살인 일정, 부친상 등 온갖 시련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팀 승리에 대한 공헌도로 점수를 매기는 프리미어리그 선수 랭킹에서 50위 내로 치고 올라 프리미어리그 '일류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토튼햄 핫스퍼가 지난 시즌과 비슷한 36실점(지난 시즌 41실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창단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바라보는 4위까지 순위가 상승한 데는 이영표의 활발한 공격 가담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 강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톱 리그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완벽히 적응한 탓일까. 언제나 이영표의 인터뷰에는 자신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박지성과의 맞대결에서 크나큰 실수를 저질러 팀의 패배를 불러오는 실점을 내주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 때의 실수였을 뿐이다.
이영표는 대표팀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똘똘 뭉쳐있다. 이영표는 앙골라와의 친선 A매치를 가지기 직전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보다 지금 대표팀이 훨씬 낫다며 전망이 밝다고 말한 바 있다. 2002년보다 팀 분위기나 전술, 개개인의 준비 상태 등이 모두 좋다는 것.
결국 이러한 자신감은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다른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원천으로 작용했으며 독일 월드컵 G조에서 맞붙을 상대인 프랑스 토고 스위스의 특급 스타들이 즐비한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티에리 앙리,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필리페 센데로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다양한 전술 변화에 부응하는 멀티 플레이어
이영표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고 지금도 이는 유효하다. 한일 월드컵 당시는 미드필더였지만 지금은 유럽 정상급 수비수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모두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이영표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 변화에 가장 잘 부응하는 선수다.
이영표는 일단 김동진이 징계로 인해 뛸 수 없는 토고와의 첫 경기서는 왼쪽 풀백으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후 김동진이 왼쪽 풀백으로 기용될 경우 이영표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시절 책임지다 조원희에게 바통을 넘긴 격이나 다소 불안한 오른쪽 풀백을 맡을 수도 있다. 기본 포백 전술에서 스리백으로 전술 변화를 가져올 경우에는 미드필드진까지 침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어느덧 A매치 82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앞으로 가질 4차례 평가전과 월드컵 조별 리그 3경기에 모두 뛸 경우 A매치 출장 경력이 89경기가 돼 센추리 클럽을 가시권에 두게 될 정도로 풍부한 대표팀 경험과 4년 여에 걸친 유럽 축구 경험 또한 신예들이 즐비할 대표팀에 큰 자양분이다.
또한 이영표 역시 박지성 못지 않은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면서도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 나와 단 2경기만 빼고 풀타임을 뛰었다. 그만큼 힘겨운 월드컵 일정 속에서도 한국 특유의 압박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이영표의 활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보낼 수밖에 없다.
tankpar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