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청소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김남일(29, 수원 삼성)이 다시 한 번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일 태세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서 김남일은 중원부터 상대의 공격을 압박해 무력화시키는 '최전방 수비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중간다리를 놓는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 '부상이여 이제 안녕'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떠오른 스타 중의 한 명이지만 지난 4년동안 김남일은 부상 악령으로 인해 좋은 모습을 그다지 자주 보여주진 못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입었던 부상의 후유증을 겪기도 했고 지난해 4월에는 오른발 중족골 골절상으로 인해 6개월 여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해 월드컵 예선에서는 2차예선 3경기와 최종예선 2경기 등 고작 5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온갖 부상을 털고 다시 일어난 김남일은 결국 올해 초 다녀온 전지훈련에 나설 예비명단에 포함된 데 이어 최종명단에까지 들어 6주간의 해외 전훈에서 진공 청소기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 중원의 핵, 전술의 핵심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김남일을 두고 "유럽 무대에 갖다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할 줄 아는 선수"라며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를 주도해 나가고 공을 잡으면 빠르게 공격으로 이어주며 공격 조율도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이미 수원에서는 김남일이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대표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자신이 주력 포메이션으로 사용할 포백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현대 축구는 미드필더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파이브 백이 되기 쉬운 스리백 대신 포백을 선택했다"며 "수비는 포백 수비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원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남일은 공격 지향적인 플레이를 위해 좌우 미드필더가 공격에 치중할 전망인 토고전에서 역삼각형 모양의 꼭지점에서 상대의 공격을 중원부터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티에리 앙리 등이 버틴 프랑스전을 비롯해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스위스전은 역삼각형 대신 정삼각형의 미드필드진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박지성(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꼭지점에서 스리톱의 공격을 지원하고 김남일은 이을용(31, 트라브존스포르) 또는 '신형 진공청소기'로 떠오르고 있는 후배 이호(22, 울산 현대)와 함께 좌우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 상대의 예봉을 꺾을 것으로 보인다.
◆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
박지성이 자신의 자서전 을 통해 김남일에 대해 적어놓은 대목은 김남일이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임을 짐작하게 한다.
"남일 형은 매력적인 사람이다. 남자다우면서도 다정다감한 성품이다. 바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언제나 바른 쪽을 선택할 줄 아는 멋진 남자다. 의리에 관한 한 남일 형을 따라갈 사람을 아직 나는 보지 못했다. 힘들고 지칠 때 남일 형을 만나면 말없이 빙긋 웃다가 '힘내, 임마!'하며 어깨를 툭 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남일 형의 격려는 늘 그런 식이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천군만마와도 같은 힘을 얻는다."
이런 김남일의 카리스마적인 성품은 후배를 끌어모으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차세대 대표팀 '캡틴'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소속팀인 수원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그야말로 김남일은 승패가 결정되는 미드필드진의 주력 핵심이자 대표팀을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다. 그만큼 김남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수 한 명 그 이상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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