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가는 태극전사들](5)이천수
OSEN 기자
발행 2006.05.08 12: 04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K리그 최고 스타로 지난 2003년 스페인에 '한국인 1호'로 진출했다가 쓸쓸히 귀국길에 오랐던 이천수(25.울산 현대)를 두고하는 말이 아닐까.
이천수는 눈물을 머금고 지난해 여름 울산으로 복귀한 뒤 골폭풍을 일으키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 결국 팀을 9년만에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후기리그만 뛰었지만 누구도 그만큼 '영양가' 있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당연히 MVP는 이천수의 몫이었다.
한때 거침없는 입담으로 팬들의 성화를 받았지만 요새 툭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는 20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타지에서 고생한 탓인지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 월드컵에서 이천수는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닥을 기었던 오기로, 유럽 재진출의 꿈을 안고, 대표팀의 신화 재현의 꿈을 안고 독일행 비행기에 오를 참이다.
◆'오른쪽은 제게 맡기세요!'
지난해 10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직후 가진 3차례 평가전에서 이천수는 첫 경기 이란전에 후반 19분 교체 투입됐을 뿐 나머지 2경기는 벤치만 지켰다. 해외파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천수는 이를 악물었다. 올 초 해외파가 빠진 해외 전지훈련에서 가진 9차례 평가전에서 이천수는 전 경기에 나섰다. 그 중 7경기에 선발(2경기는 교체 출전)로 나서 2골을 뽑아냈다. 전훈 마무리격이었던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결승골을 작렬시켜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천수는 이어 지난 3월 1일 앙골라전에서도 선발을 꿰차 사실상 아드보카트호의 주전 윙 포워드를 차지한 인상이다. 경쟁자인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천수는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에 무혈입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절정의 프리킥, 독일에서도 쏜다
이천수의 전매 특허는 역시 정확도 높은 프리킥.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프리킥 골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이천수는 지난 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프리킥을 성공시키는 등 물오른 골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폭주기관차 같은 드리블로 상대 문전을 휘젓는 장점에 날카로운 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천수의 장기이자 상대에겐 위협이 된다.
이천수는 고된 훈련에 힘들어도 하루에 30개 이상은 프리킥을 차야 잠이 온다고 말할 정도로 프리킥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도는 더욱 좋아지고 있고 낙차 큰 볼이 연신 골망을 가르고 있어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 방이 기대되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기억하겠다
이천수는 스페인에서 세 번 울었다. 처음에는 좋아서 울었고, 중간에는 힘들어서 울었다. 마지막에는 슬프고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다.
이런 설움을 톡톡히 기억하고 있는 이천수는 이같은 경험이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고 또 굳게 믿고 있다. 바닥을 친 경험을 잊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는 제2의 전성기로 이어지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악바리 정신'으로 이천수는 독일 월드컵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첼시(잉글랜드)나 바르셀로나(스페인) 등 명문 클럽을 목표로 그라운드에 나선다. 분명 큰 꿈이지만 한발 한발 내딛겠다는 일종의 자기 암시로 삼고 있다.
천방지축 20세에서 이제 어엿한 25세의 성숙한 청년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이천수. 어느덧 대표팀에서 중견급(59경기 출전)에 속한 이천수의 활약에 따라 독일에서 전해오는 골소식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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