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가는 태극전사들](6)안정환
OSEN 기자
발행 2006.05.09 14: 58

프로에 데뷔한 지 8년동안 무려 6개팀. 국내에서 선수로 활동한 기간보다 국외에서 활약한 시간이 더욱 많았던 안정환(30, 독일 MSV 뒤스부르크)의 이력서다.
좀 나쁘게 말하면 그야말로 '떠돌아 다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팀을 자주 옮겨 다녔지만 그만큼 여러 나라의 축구를 두루 섭렵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무대에서 뛰었던 안정환은 '사자왕' 이동국(27, 포항)의 부상으로 생긴 '원톱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급격하게 떠올랐다.
특히 안정환은 후배 조재진(25, 시미즈 S-펄스)과의 '원톱 경쟁'에서 뒤처지는 양상이었지만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일 무대 데뷔골을 터뜨린 데 이어 6일 아르메니아 빌레펠트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 골 감각을 급격하게 되찾아가고 있다.
◆ 풍운아에서 다시 '반지의 제왕'으로
지난 2000년 안정환이 이탈리아 세리에 A 페루자로 건너갔을 때만 해도 그의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으나 이탈리아와의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골든골을 넣은 뒤 구단주의 상식 이하의 행동이 불거지면서 그의 굴곡 많은 생활이 시작됐다.
결국 한국 축구의 영웅이 됐으면서도 '쫓겨나듯' 일본 J리그 시미즈로 온 안정환은 2004년 1월 J리그 명문 요코하마 F. 마리노스로 이적한 뒤 월드컵을 1년 앞둔 지난해 6월 프랑스 FC 메스로 전격 이적했다.
"전력이 약한 팀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며 안정환은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안정환의 골 감각을 살리기엔 FC 메스는 너무나도 약한 팀이었고 결국 지난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 독일 MSV 뒤스부르크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 안정환은 뒤스부르크에서도 별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이미 다음 시즌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긴 했지만 지난 4일과 6일 2경기 연속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부활의 서곡을 알렸다.
◆ 독일에서 다시 한 번 '반지 키스'를
한국 월드컵 도전사를 돌이켜볼 때 여태껏 두 대회 연속해서 득점을 올린 선수는 은퇴한 유상철이 유일하다. 유상철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팀 승리를 굳히는 쐐기골을 기록한 바 있다.
한일 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했던 안정환이 다시 한 번 '반지 키스'를 할 경우 안정환은 유상철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득점을 올린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된다.
또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박창선이 넣은 골을 시작으로 한국은 모두 20골을 넣었지만 여태껏 3골 이상을 넣은 선수가 없다. 유상철을 비롯해 황선홍 전남 코치, 홍명보 대표팀 코치가 안정환과 함께 2골을 넣었을 뿐이다. 이동국이 빠져나간 시점에서 한일 월드컵에서의 공격력을 다시 발휘한다면 안정환은 그야말로 한국 월드컵사에서 최초로 3골 이상을 넣은 선수로 새롭게 기록되는 셈이다.
◆ '대안'임을 거부한다
안정환은 그동안 57차례 A매치서 15골을 넣어 4경기 당 최소한 1골을 터뜨리는 득점력을 발휘해 왔지만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9경기(선발 8경기)동안 고작 1골만을 기록했을 정도로 대표팀 내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져 있었다. 이동국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대안'으로 월드컵서 주전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안정환으로서는 '대안'이라는 말이 너무나 불쾌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안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말은 독일 월드컵에서 더 이상 대안이 아닌 한국 최고 공격수로서의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
현재 안정환은 잉글랜드행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풍운아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부활, 진정한 한국 축구 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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