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가는 태극전사들](9)설기현
OSEN 기자
발행 2006.05.13 14: 55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빅리그 꿈을 이룰 것만 같았던 2005-2006 시즌. 팀은 1부리그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했고 본인은 중요한 시기에 피부병을 얻어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 경기에 출전할 수도 없었다. 더불어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잡기도 힘들었다.
'스나이퍼' 설기현(27.울버햄튼)은 여러 악재를 딛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경기 출장 횟수는 적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설기현의 경험과 한국 공격수 중 체격이 탁월하다는 점을 믿기로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43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4강 신화'의 발판을 놓았던 선수가 바로 설기현이다. 벨기에와 잉글랜드 등 유럽 축구를 통해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한 설기현은 '끝나지 않은 신화, 제2막'을 준비하기 위해 축구화 끈을 다시 바짝 조여매고 있다.
◆심기일전의 기회 잡았다
한일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의 주전 윙 포워드로 자리를 굳혔던 설기현은 3년간 활약했던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를 떠나 지난 2004년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위리그인 챔피언리그의 울버햄튼으로 둥지를 옮겼다.
가능성을 보였던 첫 시즌을 보낸 뒤 두 번째 시즌에도 처음과 별반 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베스트 11'에 들기 위한 경쟁은 계속됐고 한 시즌 정규리그 경기만 46경기를 치르는 챔피언리그의 강행군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 한일 월드컵 16강에서 쏘아올렸던 '희망포'을 재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설기현은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난 5일 유럽파 태극전사 중 가장 먼저 귀국해 일체의 공식 행사없이 묵묵히 몸을 다듬고 있다. '월드컵은 나의 무대'라고 되뇌이면서.
◆'어게인 2002'를 꿈꾼다
4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는 일은 대표팀은 물론 선수 개인으로서도 욕심나는 일일 터.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곧 자신감 그리고 빅리그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실제로 설기현은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벨기에 리그로 돌아가 연일 골폭풍을 일으키며 시즌 초반 득점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를 '미지의 땅'인 잉글랜드로 향하게 했다.
그간 울버햄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은 자신감 재충전의 무대다. 소속팀에서 갈고닦은 기량으로 본래 포지션인 왼쪽 포워드에서 오른쪽 및 중앙 공격까지 소화할 수 있는 무기를 장착했다. 2006년 6월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2002년 6월이라고 믿고 있다.
◆경험은 최대 무기
한국이 상대할 프랑스와 스위스는 사실상 독일이 그들의 안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경기가 죽음의 원정 경기다. 앞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밟았던 설기현은 이미 '두려움'을 떨쳤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최종 엔트리 선발 기준으로 '경험'을 가장 중시한 점은 설기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히 주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도 있다. 설기현은 후배 박주영(21.FC 서울)과 왼쪽 윙 포워드에서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월드컵 때 뛰었던 포지션이다.
또한 공격진 어디에 놓아도 될 만큼 멀티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어 설기현은 유사시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조커로 활용될 수도 있다. 184㎝ 78㎏로 탄탄한 체격을 갖춰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에서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점도 설기현만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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