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에 들면서 유일하게 3번째 월드컵 본선을 경험하게 된 이운재(33, 수원 삼성)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과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0-3으로 뒤지던 후반 '대선배' 최인영과 교체되어 45분 여동안 골문을 지켰다. 당시 이운재는 경희대학교에 다니던 대학 3년생에 불과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이운재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아 한국이 치렀던 전 경기를 소화했고 독일 월드컵에서는 홍명보 코치가 찼던 주장 완장까지 물려받았다.
◆ 대표팀의 기둥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서 가장 A매치 경험이 많아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새내기들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수비수 8명 중 월드컵을 경험해본 선수는 이영표(29, 토튼햄 핫스퍼) 송종국(27, 수원 삼성) 최진철(35, 전북 현대)에 지나지 않는다. 성남 일화 '듀오' 김상식(30)과 김영철(30)이 30대라고는 하지만 큰 무대 경험은 적고 조원희(23, 수원 삼성) 김동진(24, FC 서울) 김진규(21, 주빌로 이와타) 등은 그야말로 새내기다.
이 때문에 팀 내 주장으로서 수비수들의 위치까지 조정하며 4-3-3 시스템에서 '제5의 수비수' 역할까지 하는 것이 바로 그의 몫이다. 다행히도 침착한 성격에 판단력이 좋고 리더십이 뛰어나기 때문에 후배 수비수들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최근 불안 모두 씻겠다
수원의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하면서 상무에 있던 기간을 빼고 올 시즌까지 아홉 시즌을 보내면서 이운재가 올린 기록은 228경기 출장에 240골. 경기당 1실점이 약간 넘는 기록이지만 최근 들어 불안한 수비력에 대한 우려가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9경기 동안 3골밖에 내주지 않았던 이운재는 부산전을 시작으로 경남 FC전, 포항전, 전북 현대전까지 4경기동안 무려 10골을 헌납한 것.
이에 소속팀의 차범근 감독은 "이운재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최근 수비진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가뜩이나 대표팀 수비진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는 마당에 이운재까지 흔들리면 안된다는 걱정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운재는 그라운드에서 모두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특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출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아직 은퇴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이운재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4년 뒤에도 체력과 기량이 받쳐준다면 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최고를 위해 뛰겠다
이운재는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뿐만 아니라 23명 모든 선수의 목표는 최정상이고 이를 향해 뛰고 있다. 최고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축구는 개개인이 하는 경기가 아니라 11명이 같이 뛰는 경기"라며 '스타 군단' 프랑스와 유럽의 '다크호스' 스위스, 아프리카의 신흥 강호 토고와의 경기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의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 프랑스는 이운재 자신에게는 무척 중요한 경기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와 첫 만남에서 5골이나 내주며 0-5 패배를 망신당했지만 월드컵 직전에 열린 경기서는 2-3으로 아쉽게 졌다.
이를 두고 일부 축구팬들은 5골에서 3골로 줄었으니 이번엔 1골로 줄일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2번이나 졌으니 이번에는 이겨볼 때라고 말한다. 이운재의 말처럼 축구는 티에리 앙리같은 스타 1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11명 모두가 하는 경기인 만큼 의외의 결과를 거둘 수도 있다.
평가전을 포함해 예선 3경기를 모두 뛰게 될 경우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이운재의 눈은 이미 16강을 넘어서 최고를 향해 있다. 그리고 그 최고를 향해 이미 뛰고 있다.
지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독일의 올리버 칸(37,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야신상 후보까지 올랐던 이운재가 독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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