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민의 OSEN 관전평] BK, '명품' 업슛이 살아나고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6.05.17 14: 11

OSEN은 경기인 출신으로서 선수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측근들을 통한 ‘OSEN 인사이더’를 이번 주부터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전의 주관적인 평들보다 경기인 출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평가라 선수 당사자는 물론 팬들의 욕구를 더 충족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코리안 빅리거의 최측근으로서 메이저리그에 정통하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는 경기인 출신들의 '품격'높은 평과 현장 분위기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5월 17일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의 LA 다저스전]
이날 다저스전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같은 조의 라이벌전으로 김병현과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특히 콜로라도는 최근 2연패였고 다저스는 2연승 중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에서 승리, 팀에 귀중한 1승을 선물했습니다. 더욱이 지난 등판서 부진해 부담이 컸던 김병현이 최근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치고 있고 콜로라도전에 강세를 보였던 데릭 로를 제압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오늘 경기는 볼배합을 이전과 많이 틀리게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최근 다저스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노마 가르시아파러, 라파엘 퍼칼, 제프 켄트 등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투구 패턴의 변화였습니다.
김병현이 재활 등판을 마치고 빅리그에 복귀해 2번 연속 호투할 때는 빠른 템포로 공격적 피칭을 했던 것이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야구의 대가'라는 토니 라루사 감독이 이끄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시즌 3번째 등판선 투구 패턴이 간파되는 바람에 부진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은 김병현이 초구 내지는 2구에 직구로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를 역으로 공격해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직전 세인트루이스전서 빠른 템포의 공격적 투구가 막히자 김병현은 이날 다저스전서는 초구 변화구를 주로 구사하는 등 투구 템포를 늦췄습니다. 상대 공격 예봉을 피하기 위한 변화였습니다.
1회에는 컨트롤이 흔들려 볼넷 3개를 내주며 불안했으나 3회부터는 컨트롤이 살아나면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갔습니다. 이때도 이전처럼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후 삼진을 잡기 위해 공격적 투구를 펼친 것이 아니라 바깥쪽, 몸쪽 등 유인구를 많이 던졌습니다. 비록 삼진수는 이전 경기보다 적었지만 5개 모두 결정적 순간에 나온 값진 것들이었습니다.
결국 빅리그 복귀 초반 2경기서는 '공격 투구'로 재미를 봤고 3번째는 분석되는 바람에 집중타를 허용하며 부진했지만 이번에는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줘 상승세인 다저스 타선을 7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잠재운 것입니다. 김병현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 이날 경기서 반가운 것은 예전의 변화구가 살아나고 있는 점입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마무리로 뛰던 시절 새미 소사, 마이크 피아자 등 빅리그 특급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닥터 K'의 면모를 과시할 때 보였던 '업슛'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2002년 제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김병현의 투구를 중계하던 메이저리그 해설가들이 "믿을 수 없다. BK의 업슛은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 등과 함께 '빅리그 8대 명품'"이라고 칭찬했던 '업슛'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업슛은 손목 힘이 뛰어난 김병현만이 던질 수 있는 변화구입니다. 오늘은 호세 크루스 주니어를 삼진을 잡을 때 등 2개 정도 던졌습니다. 아직 예전만큼 각이 예리하지는 않지만 '낮게 깔려가다가 살짝 떠오르는 것'이 분명 '되살아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지난 겨울 김병현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만났더니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공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며 답답해 했는데 이제는 예전 투구 폼을 찾으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밸런스가 맞지 않아 변화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예전의 잃어버렸던 변화구들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변화구 각이 점점 예리해지고 있습니다.
이전 세인트루이스전서 4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할 때도 구위가 안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때는 볼배합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으므로 올 시즌에는 정말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전 폼을 찾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필자 소개
권윤민 씨는 현재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인 Xports TV에서 선수 출신 해설위원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동산고-인하대를 거친 포수 출신으로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아시아인 최초의 빅리그 포수’에 도전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중도에 꿈을 접고 이제는 해설과 국내야구 복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대학 선배인 서재응을 비롯해 김선우 김병현 등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과 아마야구 국가대표시절부터 배터리로 함께 한 포수로서 김병현과는 절친한 동기생입니다. 미국 진출 후에는 비시즌 때면 이들과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연마하는 등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마이너리그에서 체험한 미국 야구 경험은 국내 해설가 중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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