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월드컵을 치른 이후 한국은 그야말로 월드컵 본선에 발을 딛지 못하는 암흑기를 보냈다. 그 암흑기를 돌아본다. ◆ 1962년 칠레 월드컵 - 유고에 발목잡혀 아시아 지역 예선에 참가한 팀은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세 팀이었지만 인도네시아가 포기함으로써 한국과 일본만이 홈 앤 어웨이 방식의 경기를 치렀고 결국 2-1, 2-0 등 2연승을 거둔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아시아 대표에게 곧바로 티켓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유럽 지역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만 했다. 바로 그 상대는 유고슬라비아. 한국은 유럽 10조에서 폴란드에 1승 1무를 거둔 뒤 플레이오프에 나선 유고슬라비아에 1-5, 1-3으로 무릎을 꿇으며 월드컵 티켓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유럽과 실력 차이가 현격했던 것이다. ◆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 예선전 출전 포기 한국을 비롯해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월드컵 지역 예선 출전을 중도 포기했고 아시아서는 북한이 대표가 돼 오세아니아 대표인 호주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2차례 중립경기를 치렀다. 호주에 6-1, 3-1 승리를 거두고 잉글랜드 본선 티켓을 따낸 북한은 본선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올라 포르투갈에 비록 3-5로 역전패했지만 한때 3-0까지 앞서며 대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예선 출전을 신청해 놓고 포기한 한국 등에게 국제축구연맹(FIFA)은 제명 조치까지 취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벌금 부과로 일단락됐다. 한국의 출전 포기 이유는 64년 도쿄 올림픽서 부진한 뒤 전력 강화가 이뤄지지 않은 반면 예선서 만날 북한은 그 무렵 실력이 급상승, 대한축구협회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1970년 멕시코 월드컵 - '호주의 저주'의 시작 한국은 이 대회 예선부터 호주에게 발목을 잡히며 이른바 '호주의 저주'가 시작됐다.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국가가 섞이며 일본 호주와 함께 한 조에 속했던 한국은 더블리그로 치러진 예선서 1승 2무 1패로 2위에 그쳐 호주에 본선 티켓을 내줬다. 1차리그서 호주에 1-2로 지고 일본과 비기며 1무 1패로 부진한 한국은 2차리그 들어 일본을 2-0으로 꺾었고 일본이 호주와 1-1로 비겨 주는 덕에 기회를 잡았다. 마지막 호주전서 이기면 당시 규정상 재경기가 가능했기 때문. 한국은 호주전서 박수일이 전반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동점골을 허용해 1-1 이던 후반 20분께 이회택이 페널티킥을 얻어내 호기를 맞았다. 하지만 임국찬의 페널티킥이 호주 골키퍼의 가슴에 안긴 뒤 경기는 무승부가 되며 한국은 탈락했다. ◆ 1974년 서독 월드컵 - 호주, 또 너냐 이번에도 아시아 지역과 오세아니아 지역이 함께 치른 예선에서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사기가 높았다. 이스라엘 일본 홍콩 태국 월남 말레이시아가 속했던 1차예선 A조에서 1위를 차지, 이번에는 B조 1위 호주도 꺾을 기세였다. 특히 70년 월드컵 본선에 출전, 이탈리아 스웨덴과 0-0으로 비긴 바 있는 강호 이스라엘을 격파한 데 고무돼 있었다. 한국은 호주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치른 홈 앤 어웨이 방식의 최종 예선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서울에서 가진 2차전에서 김재한 고재욱의 골로 앞서 나갔으나 뒷심 부족으로 2-2로 비겨 홍콩 중립지역에서 3차전을 가지게 됐다. 여기서 한국은 체력의 열세를 드러내며 0-1로 패해 또 호주에게 월드컵 티켓을 내줬다. ◆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 '호주 징크스'에 또 발목 한국은 이스라엘에는 강했다. 이스라엘 일본과 함께 치른 1차 예선에서 한국은 이스라엘과 원정 경기서 0-0으로 비긴 뒤 홈에서 차범근 박상인 최종덕의 골로 3-1로 이겼고 일본과는 원정서 0-0, 홈서 1-0을 마크, 1위를 차지하고 최종 예선에 올랐다. 이란 쿠웨이트 홍콩 호주와 벌인 최종 예선서 한국은 1차전서 홍콩에 1-0, 2차전서 이란과 0-0을 기록, 1승 1무로 무난하게 나갔으나 이란에 0-1로 진 호주에게 1-2로 패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70년 멕시코 월드컵서 브라질에 우승을 안긴 자갈로 감독이 이끄는 쿠웨이트와의 4차전 홈 경기서는 박상인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지만 호주와의 5차전이 뼈아팠다. 홈에서 호주와 0-0으로 비김으로써 한국은 승점이나 골득실 다득점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유리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서 쿠웨이트 원정에 나서야 했다. 게다가 비행기 예약이 잘못돼 예정보다 4일이나 늦게 쿠웨이트 시티에 도착, 현지 적응 시간도 없이 이틀 후 치른 경기서 선전하고도 2-2로 비기고 말았다. 이어 테헤란 원정서는 편파적인 판정 탓에 이란과 또 2-2 무승부를 기록, 한국은 남은 홍콩전에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되고 이란이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 1982년 스페인 월드컵 - 쿠웨이트가 본선행 말레이시아 태국 쿠웨이트와 한 조가 된 한국은 쿠웨이트 시티에서 아시아 1차 예선을 풀리그로 치렀다. 첫판에서 홍성호와 이강조의 골로 말레이시아를 2-1로 꺾으며 상쾌한 출발한 한국은 태국과의 경기에서 최순호의 2골과 함께 최종덕 오석재 이태호의 골로 5-1 대승을 거뒀다. 마지막 경기는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모두 10골을 뽑고 단 1실점도 하지 않으며 2연승을 거뒀던 홈팀 쿠웨이트. 당시 한국은 7득점, 2실점이라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원정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쿠웨이트에 0-2로 무릎을 꿇으며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 이전 대회 예선과 비교하면 너무도 일찌감치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을 제치고 조 1위에 오른 쿠웨이트는 뉴질랜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치른 최종예선에서 4승 1무 1패로 1위를 차지, 스페인 월드컵에 직행했고 뉴질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중국을 2-1로 꺾고 쿠웨이트와 동행했다. tankpark@osen.co.kr 지난 1977년 10월 9일 당시 서울운동장에서 벌어진 한국-쿠웨이트의 아르헨티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