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김남일(29.수원)이 혜성같이 나타났다면 올 해 독일 월드컵에서는 단연 이호(23.울산)가 그 몫을 움켜쥐었다. '신(新) 진공 청소기'. 애칭이 아깝지 않다.
브라질 유학파 출신인 이호는 지난해 10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고 생애 처음 A대표팀에 전격 발탁되는 기쁨을 누렸고 이어 독일 월드컵 '초대장'까지 단숨에 거머쥐었다.
이호는 182㎝ 75㎏의 탄탄한 체격을 앞세워 몸싸움과 공중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또한 발재간과 패싱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어 월드컵을 앞두고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젊은 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제2의 김남일' 꼬리표 뗀다
김남일과 이호. 판박이같다. 월드컵을 통해 빛을 본 선수들로 이들이 동시에 그라운드에 나서면 두 대의 '진공 청소기'가 가동된다고 표현한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선두 주자들이다.
한편으로 이호에게는 김남일은 넘어서야 할 '큰 산'과도 같다. 스스로도 "뛰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장점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적어도 독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나서려면 김남일을 뛰어넘어야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이호에게 이번 월드컵은 '경험'이라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동시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나서기 위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자리다.
◆아드보카트의 남자
아드보카트 감독이 '태극호'에 부임하면서 이호도 함께 A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데뷔전이 곧 자신의 데뷔전이었다. 나아가 이호는 믿고 맡긴 데 확실히 보답, 눈도장을 '쾅' 받고는 월드컵행을 확정지었다.
이호는 지난해 10월 12일 A매치 데뷔전이었던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를 그림자 수비로 막아내며 믿음을 샀다. 김남일의 아성에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호는 이제 시작이다. 김남일과 비교 우위점이 많지 않아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호를 대체 전력으로 꼽은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의 남자'에서 '아드보카트의 황태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얼마남지 않은 '모의고사'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차세대 주자, 해외 문도 두드린다
최종 엔트리에서 월드컵에 첫 출전하는 선수들은 이호를 비롯해 13명. 박주영 백지훈(이상 21.서울) 김진규(21.이와타) 등 청소년 대표팀 출신 3인방 등이 포함됐다. 다분히 남아공 월드컵을 위한 세대 교체 의도가 엿보인다.
그 중심에 이호가 서 있다. 독일 땅은 앞으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질 이호의 무대이기도 하다. 또한 여러 선수들이 솔직하게 밝히고 있듯 월드컵이 해외 진출의 교두보임은 숨길 수 없는 사실. 이호도 내심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도 나가고 싶다"고 밝힌 이호는 둘도 없는 찬스를 잡은 것이다. 일단 최종 엔트리 진입으로 한 가지 목표는 달성했다. 나머지 한 가지 목표는 이제 또다시 이호 자신의 두 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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