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통산 타격기록의 새로운 이정표를 연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삼성 양준혁(37)이 작년, 통산 최다안타(종전 1771), 최다득점(종전 1043), 최다4사구(종전 997)의 기록을 깨뜨린데 이어, 올시즌에도 통산 최다타점(종전 1145)과 최다루타수(종전 3172) 부문에서 새로운 신기록 고지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통산 최다2루타 부문도 이미 2004년에 기록을 경신한 바 있어, 이제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다 신기록 고지는 모두 6개로 늘어났다.
양준혁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전, 이 여섯가지 기록 모두는 한화의 장종훈(2005년 은퇴)이 갖고 있었다.
오랜 기간의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 돼야 가능한, 누적기록이라 할 수 있는 타자부문의 통산 타격기록은 통산 최다홈런과 최다3루타를 포함해서 8개정도다.
도루는 공격부문의 기록이긴 하지만 타석에서 방망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발로 만들어내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일단 제외시켜본다.
양준혁은 이 중 6개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이제 남은 것은 통산 최다홈런과 3루타뿐이다. 그 가운데 최다3루타 부문은 22개(2005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어, 최다 기록선수인 현대의 전준호(93개)와는 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
그러나 통산 최다홈런 고지는 양준혁이 노려 볼 만한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장종훈이 보유하고 있는 340개의 홈런이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기록인데, 양준혁은 작년까지 296개를 쳐냈고, 올 시즌들어 7개를 보태(5월25일 기준) 통산 303개를 기록중이다.
장종훈의 기록에는 37개가 부족한 상태다. 평균적으로 계산했을 때 5.5경기, 타수로는 약 20타수에 한 개꼴로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그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내년 시즌 종반쯤에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타격 통산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는 양준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세계 최고봉을 하나하나 연속해서 등정해나가는 알피니스트가 떠오른다.
알피니스트(alpinist)란 좁은 의미로는 고산등반가를 뜻하는 말로 아무나 오르지 못하는 세계 최고봉의 험난한 고지에 오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현재 지구상에 해발 8000m급 이상의 고산지대 봉우리는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공식적으로 14개가 있다. 이 14좌 모두를 처음 완등했던 사람은 라인홀트 메스너(오스트리아. 1986년)로, 그 후 많은 산악인들에게 14좌 완등의 목표를 세우게 만들었고, 오늘날까지 그 목표에 도달한 알피니스트들은 불과 열 명 남짓하다.
그에 비유하면 양준혁은 한국 타격 통산기록의 8개 봉우리 중 6개에 오른 셈이고, 최다홈런이라는 사실상 가장 화려한 봉우리를 향해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최다3루타 고지는 양준혁의 플레이 스타일상 어차피 오르기 힘들었던 부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도달할 수 있는 7개 고지 모두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국내 타자 중 양준혁보다 고참은 2년 선배인 김동수(38)와 1년 선배인 전준호(37, 이상 현대)밖에 없고 장원진(37)과 안경현(36, 이상 두산)이 동기생이다. 예전 같으면 이미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지만, 20대 한창인 선수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의욕과 성실성을 보이며 30대 후반에 신기록을 이루어내는 그의 집념이 대단하다.
기록의 꽃이라는 통산 최다홈런 기록에 결코 적지 않은 수의 필요홈런(37)을 남겨두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노력과 집념을 생각할 때 결코 불가능한 기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화의 송진우는 40세라는 나이에 통산 200승을 향해 나가고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배리 본즈가 부상과 약물파동을 겪는 와중에서도 지난 5월 21일, 714호째 홈런을 쳐내 베이브 루스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통산 최다홈런 2위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알피니스트 라인홀트 메쓰너가 그랬듯 결국 후배 야구인들의 우상이자 목표로 남게 될 것이고, 37살의 노장 양준혁이 추가해가는 타격부문의 각종 기록들 또한 그 숫자가 더해지는 만큼 젊은 선수들에겐 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야구선배로서 기록으로서 장종훈이 양준혁의 이정표 노릇을 했던 것처럼….
KBO 기록위원회 1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