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민의 OSEN 관전평]홈런 맞았지만 'BK다운' 승부욕을 보여줬다
OSEN 기자
발행 2006.05.29 10: 39

[5월 29일,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의 샌프란시스코전]
김병현이 비록 배리 본즈에게 역사적인 홈런을 헌납했지만 소속팀 콜로라도에는 귀중한 승리를 선물한 한 판이었습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들과 원정 9연전을 치르면서 5연패의 늪에 빠져있던 콜로라도로선 이날 김병현의 호투를 앞세운 승리가 어느 때보다 값진 것이었습니다. LA 다저스전 3연패, 샌프란시스코전 2연패 등 5연패를 몰렸던 콜로라도가 회생하게 한 승리였습니다.
김병현 개인적으로도 지난 등판이던 LA 다저스전서 호투에도 불구하고 맞대결을 펼친 선배 서재응의 쾌투와 팀 타선의 부진으로 승수를 쌓지 못하다 한국인 빅리거 투수 중 가장 먼저 3승을 올린 의미있는 승리였습니다. 더욱이 이날 앞서 열린 경기서 선배 서재응과 후배 유제국(시카고 컵스)이 초반에 무너져 부진한 투구를 보였기에 김병현이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이날 김병현은 5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음을 이번에도 보여줬습니다. 특히 투구 템포 조절과 변화구의 각이 커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는 점입니다.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온 후 가진 2차례 등판에서는 빠른 템포의 공격적인 투구로 재미를 보다가 3번째 세인트루이스 등판서 난타를 당한 후 김병현은 투구 템포에 변화를 기하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전서는 '빠르게 승부할 때는 빠르게, 느리게 해야할 때는 느리게' 등 투구 템포를 조절하면서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으며 집중타를 피해나갔습니다. 1루 견제도 비슷한 템포였습니다.
사실 투수에게 '투구 템포 조절'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발 투수들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 점을 인식하고 들어갔어도 막상 경기 중에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병현은 그런 면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쌓인 베테랑답게 노련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하나 반가운 발전적인 면은 변화구의 각이 커진 것입니다. 이전 경기부터 변화구의 각이 예리해진 것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공 5,6개 정도의 차이가 날 만큼 변화의 각이 커졌습니다. 이 정도면 전성기이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투구 밸런스를 찾으면서 부쩍 늘어난 직구 스피드를 1, 2마일 정도만 더 끌어올리면 '완벽한 부활'이라고 평할 만합니다.
김병현이 이날 본즈와의 3차례 대결서 볼넷 홈런 안타 등을 내주는 바람에 투구수가 83개에 불과한 상태서 마운드를 내려오게 된 것은 '김병현만의 김병현다운 승부욕'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승부할 때 승부'하는 멋이 있는 김병현이기에 배리 본즈와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본즈와의 1회 첫 대결서 볼넷을 내보내자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김병현에게 야유를 보냈고 김병현은 4회 2번째 대결때 2-3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꽉찬 직구를 던졌다가 통타당해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김병현으로선 볼카운트 2-1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변화구 2개가 볼로 실패한 뒤 대부분의 투수들이라면 볼넷을 주는 한이 있어도 유인구로 변화구 승부를 하는 시점에서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직구로 맞대결을 펼친 것입니다. 직구 노려치기가 특기인 본즈가 노리고 있던 구종이기에 어쩔 수 없이 홈런이 된 것입니다. 내가 배터리를 이룬 포수였어도 당연히 유인구인 변화구로 승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김병현은 승부욕을 발휘, 본즈와 당당하게 맞선 것으로 보입니다. 3번째 타석서 안타를 내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집니다.
본즈에게 역사적인 홈런을 허용한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다시 한 번 김병현의 강한 승부욕을 엿볼 수 있는 멋있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또 아쉬움 속에서도 김병현이 갈수록 전성기 구위를 회복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올 시즌 호성적이 기대됩니다.
■필자 소개
권윤민 씨는 현재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인 Xports TV에서 선수 출신 해설위원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동산고-인하대를 거친 포수 출신으로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아시아인 최초의 빅리그 포수’에 도전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중도에 꿈을 접고 이제는 해설과 국내야구 복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대학 선배인 서재응을 비롯해 김선우 김병현 등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과 아마야구 국가대표시절부터 배터리로 함께 한 포수로서 김병현과는 절친한 동기생입니다. 미국 진출 후에는 비시즌 때면 이들과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연마하는 등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마이너리그에서 체험한 미국 야구 경험은 국내 해설가 중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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