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투수의 홀드기록
OSEN 기자
발행 2006.06.09 15: 05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처럼, 홀드란 중간계투로 나오는 선수들의 공헌도를 표면적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새로이 도입된 기록통계의 하나다.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1996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홀드규정을 그대로 옮겨와 시행한 것으로, 국내프로야구에서는 2000년에 처음 홀드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일본 센트럴리그는 릴리프 포인트라는 아주 복잡한 점수환산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바로바로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는 선발투수나 마무리 투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간계투 투수들의 막연했던 경기 기여도를 구체화시키고, 타자에 비해서 시상부문이 절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생긴 것으로, 점점 분업화 되어가는 현대야구 마운드 운영상의 변화에 따른 시대적인 흐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행 7년째를 맞고 있는 요즘도 이 홀드기록은 경기흐름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한다.
지난 5월20일, 한화는 잠실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6-2로 앞서 있던 8회초에 선발 송진우의 투구수가 한계에 다다르자,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올 시즌 중간계투로 활약하는 최영필을 마운드에 올렸다.
홀드를 얻기 위한 조건은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를 기록하기 위한 조건과 거의(99%) 일치한다. 따라서 최영필이 홀드를 얻기 위해서는 3이닝의 투구회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러한 규정에 따라 그의 등판시점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홀드를 기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 홀드를 기대한다면 주자가 2명 이상이 되었어야 했다.
그리고 5월28일, 최영필은 롯데전(대전)에서 5-1로 앞서 있던 8회 2사 1루 상황에서 또다시 중간계투 노릇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역시 홀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최영필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등판 시점뿐만 아니라, 등판 당시에는 홀드를 취득할 수 있는 시점에서 출장했다 하더라도 아웃카운트 1개가 모자라 홀드를 기록하지 못하고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이는 팀에서 홀드라는 기록을 챙겨주기 위해 일부러 아웃카운트나 점수차와 주자수를 계산해서 마운드에 올리거나, 홀드조건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흐름상 중간계투 투수는 기록과는 상관없이, 그 경기의 크고 작은 고비를 넘겨주면 그만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장에서는 의도적이나 계산적으로 홀드에 다가서지 않는다. 홀드라는 것은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조건이 맞아 자연스럽게 얻어지면 그만인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을 돌려 과연 세이브였다면 그렇게 했을까? 세이브가 안되는 상황에서는 가급적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 홀드제는 또 한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다. 2000년 이후, 작년(2005) 두산의 이재우(28홀드)를 제외하면 역대 1위에 올랐던 선수들의 홀드 숫자는 16~18개정도에 불과하다.
중간계투 투수가 한 시즌 경기수의 절반에서 많게는 ⅔정도의 경기수에 등판하는 것을 고려할 때, 시즌 종료후 홀드 타이틀 홀더의 기록이 10여개에 불과하다면, 이 부문의 권위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명분을 제대로 내세울 수 없다.
한 예로, 프로야구에서는 원년(1982년) 이후, 1989년까지 승리타점 부문을 따로 시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승리타점 결정 규정에 따른 1위 수상자들의 기록이 8년동안 9~16개정도에 그치자 무용론이 제기되었고, 결국 1990년에 이 부문은 폐지되고 최다안타 부문에 대한 시상으로 대치된 바가 있다.
기록만을 위한 기록은 그 생명력이나 가치가 짧거나 떨어질 수 있다. 중간계투 투수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평가방법과 자료는 분명 필요하지만, 현재의 홀드기록과 실제 경기에서 코칭스탭이나 선수들이 생각하는 홀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서로가 물과 기름처럼 아직은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 절대적 숫자의 증가를 위해선 지금보다는 좀더 완화된 홀드규정의 적용도 한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한편 홀드 규정에는 일반적 야구정서와 다른 아주 독특한 조항이 자리잡고 있는데, 일단 한번 홀드가 인정되면 설령 그 이후에 경기가 뒤집혀서 팀이 패하더라도 그 기록은 끝까지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투수의 승리투수 기록이나 세이브가 팀이 비기거나 패하면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 역시 홀드숫자의 증대를 위해 불합리성을 알면서도 건드리지 않고 있음이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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