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네덜란드-세르비아 몬테네그로(라이프치히, C조)] 이른바 '죽음의 조'라는 C조의 4팀이 모두 경기를 치른 결과 드러난 양상을 단순히 말하면 개개인들의 능력이 모두 뛰어난 팀들이라 역시 '죽음의 조'라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코트디부아르를 2-1, 네덜란드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1-0으로 꺾고 나란히 1승을 먼저 올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승패는 결국 개인 기량보다는 전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됐다. 이날 네덜란드나 세르비아나 경기력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아르옌 로벤이라는 선수가 '미쳐' 네덜란드가 승점 3을 가져갈 수 있었다. 로벤은 유연성과 민첩성에 스피드를 살린 돌파력 등 공격수로서 요구되는 조건을 두루 갖춘 빼어난 선수였고 오늘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로벤이 공격의 축이 된 네덜란드는 그의 눈부신 활약상 때문에 간판 스트라이커인 루드 반니스텔루이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강팀에서도 한두 사람에 의해 경기가 좌지우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고 득점 장면에서 드러났듯 단 번의 패스로 수비진 배후를 뚫는 공격이 현대 축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입증했다. 세르비아는 교체 멤버 오그녠 코로만이 들어가면서 아연 활기를 띠어 후반에는 여러 차례 동점골을 뽑을 수 있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빠르게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하고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은 상태서 골문을 두드리다 보니 문을 열 수 없었다. C조에 속한 4팀의 경기를 한 차례씩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조의 경우 섣부른 압박 축구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 팀 모두 미드필드서 치열한 압박이 생각했던 것 만큼 많지 않았다. 오히려 에워싸기 보다는 뒤로 빨리 물러나려는 인상을 줬다. 이는 개개인의 기술이 뚸어나 볼 컨트롤 능력이 좋고 패싱도 정확한 상대와 맞부딪쳤을 때 수비를 하는 입장이 늘 불리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즉 쫓아다녀봐야 볼을 빼앗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면 체력 소모가 빨리 오기 때문에 일단 빨리 물러나 안정된 수비 라인을 구축하는 쪽으로 벤치가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첫 경기서 비교적 안전 운행으로 나온 4팀의 2차전 양상은 바뀔 수도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세르비아는 1패를 안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고 1승을 확보한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로서는 첫 경기서 패한 팀들과 맞붙는 관계로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로벤이 차지한 비중이 매우 높았던 네덜란드는 코트디부아르와의 2차전에서 플레이에 기복을 보일 가능성도 엿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 주심을 맡은, 본업이 치과의사라는 마르쿠스 머크 심판은 자연스럽고도 엄한 경기 운영을 보여 한국 심판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