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월드컵 돋보기]아드보카트는 히딩크와 닮은꼴?
OSEN 기자
발행 2006.06.14 00: 13

[6월 13일 한국-토고(프랑크푸르트, G조)]
경기 내용을 갖고 평가한다면 양 팀 다 수준 이하의 플레이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은 이겼다. 승점 3을 챙긴 것이다.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하다. 이 세상에서 월드컵보다 더 큰 축구대회는 없다. 여기서 첫 판에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정말로 의미가 있다. 4개 팀이 리그를 펼쳐 상위 1, 2위 팀이 16강전에 오르기 때문에 첫 경기서 이기지 못하는 팀은 2라운드 진출이 힘들다.
이날 경기를 보면서 딕 아드보카트 한국 대표팀 감독이 선수 기용과 교체에 있어서 거스 히딩크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후반에 들어서며 안정환을 투입해 공격에 활로를 모색했고 결과적으로 이게 먹혔다. 그동안 평가전서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해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한 이동국 대신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조재진에 밀렸던 안정환을 맞바꾸는 형식이 아닌 방법으로 교체 투입했다.
이게 적중했다. 수비수 김진규를 빼 3-4-4 시스템을 4-3-3으로 바꾸는 한편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스트라이커 조재진을 빼지 않고 안정환을 기용해 가용 공격력을 극대화하면서 박지성을 미드필드로 내려 전반적인 전력의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한국의 역전승이 가능했던 요인 중 하나를 더 꼽는다면 경험이다. 이미 6회 연속 본선에 나왔고 개인적으로는 2회 이상 출전인 선수가 많은 한국이 처녀 출전한 토고 선수들보다 큰 경기 경험에서 앞서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지고 있음에도 서두르지 않았고 토고는 후반 들어 페이스 유지에 실패했다.
물론 한국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실점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별로 상대를 압박해 주지 못한 상태서 위험 지역으로 패스 연결이 이뤄졌고 수비수들은 스피드 부족을 드러내며 최진철과 김영철이 둘 사이로 빠져드는 카데르 모하메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완벽한 찬스를 허용했다.
또 한 가지. 박지성의 포지션 문제다. 오른쪽 윙포워드로 경기를 시작한 박지성은 처음부터 상대 수비의 표적이 돼 전반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토고에 가장 이름이 알려진 한국 선수가 박지성이기 때문에 상대가 집중 마크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서 별다른 활약이 없던 박지성은 후반 들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면서 결국 이천수의 동점골로 이어진 프리킥을 얻어내면서 상대를 경고 2회로 퇴장당하게 만들었다. 상대로서는 박지성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려는 기미가 보이자 무리한 파울을 범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동점골은 '박지성 효과'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전골은 우리가 수적으로 앞섰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전반에 퇴장 선수가 나올 경우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후반에 수의 균형이 깨질 경우에는 결정적인 변수는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안정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