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스페인-우크라이나(라이프치히, H조)] 세계 3대 프로리그라 하면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를 꼽는다. 그럼에도 스페인은 잉글랜드 이탈리아와 달리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우승은 커녕 결승에도 못가봤다. 지난 1950년 대회서 4강에 딱 한 차례 진출한 게 최고의 성적일 뿐 '단골' 8강국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서는 4강 진출을 자신하다 한국에 승부차기로 패해 덜미를 잡힌 바 있다. 그런 스페인이 이번에는 8강의 한계를 넘어 4강 이후를 노릴 만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2002년 대회에 비해평균 연령이 낮아진 세대 교체를 기하고 이번 대회에 나온 스페인이 동유럽의 다크호스 우크라이나와의 첫 경기서 보여준 실력은 예상 이상으로 강했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페인이 만만치 않은 상대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려 4골이나 넣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으로는 아무도 예측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스페인이 미드필드부터 탄탄하고 촘촘한 방어벽을 구축하고 우크라이나가 도무지 패스를 제대로 할 수 없도록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또 간혹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포백 라인이 철통같이 자물쇠를 채워 도저히 우크라이나가 파고 들 틈을 주지 않아 좋은 승부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결과적으로 너무나도 싱거운 경기가 되고 말았다. 스페인의 첫 두 골은 얼떨 결에 들어간 운이 따르기도 한 것이었으나 결국 이것이 승운이었고 이후 완전히 페이스를 장악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그 밑바탕에 실력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4번째 골은 아무리 상대가 더운 날씨에 체력적으로 지쳐 있고 심리적으로도 전의를 잃은 상태였다고는 하나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중앙 수비수 푸욜이 미드필드로 전진해 상대의 패스를 끊은 뒤 직접 돌파를 시도해 최전방까지 파고 들어 뒤에서 쫓아오던 토레스가 득점할 수 있도록 완벽한 어시스트를 해낸 장면은 개인기와 조직력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플레이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특급 스트라이커인 셰브첸코를 보유하고도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습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성급한 패스로 오프사이드만 남발했고 중앙 돌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측면에서 실속 없는 크로스만 올려 도무지 골 찬스를 잡을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너무나 무기력해 스페인이 돋보인 측면도 있고 축구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상대성도 감안해야겠지만 첫 판서 드러난 전력으로 볼 때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야 말로 역대 최고인 4강 이상의 성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