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월드컵 돋보기]네덜란드의 퇴조와 코트디부아르의 잠재력
OSEN 기자
발행 2006.06.17 09: 30

[6월 17일 네덜란드-코트디부아르(슈투트가르트, C조)]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의외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떨어져 나가긴 했지만 C조는 역시 '죽음의 조'였다. 네덜란드가 2연승을 거두고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에 동반 진출, '죽음의 레이스'를 2차전에서 끝냈지만 과거 월드컵서 2번의 준우승과 한 차례 4강에 오를 때 보여준 '토털 사커'의 원조다운 면모는 이번 대회서 퇴색된 인상이다. 코트디부아르가 워낙 화려한 개인기를 소유한 팀이라 한 수 접고 들어갔을지도 모르나 아무튼 네덜란드 축구 특유의 미드필드 플레이가 거의 없었다. 코트디부아르는 빼어난 개인 기량을 지닌 미드필드진과 세계적 골잡이인 디디에 드록바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월드컵에 처음 나왔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수업료'를 더 내야 할 것 같다. 개인기를 앞세운 패스 연결로 미드필드를 장악한 것은 보기 좋았으나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는 아직 서툴러 보였다. 공격진으로 볼이 넘어가면서 공간을 보다 창출해내고 이용하는 플레이가 더 나왔다면 완전한 득점 찬스를 포착할 수 있었을 텐데 최종 단계에서 파괴력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드록바에게는 '비슷한' 찬스는 왔어도 골로 연결시킬 만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또 능력있는 미드필더가 많은 반면 최전방에서는 드록바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공격 루트의 단조로움을 초래해 중거리슛 외에는 득점 찬스를 잡지 못했다. 그렇지만 코트디부아르는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 처음 선 나라답지 않게 이번 대회서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아프리카 최강의 전력을 보유, 현재의 멤버들이 건재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는 진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트디부아르가 제대로 된 득점 기회를 창출하며 동점을 이뤘다면 상당히 힘든 경기가 됐을 텐데 네덜란드가 끝까지 리드를 지켜낸 것은 높이 살 만하다. 이는 미드필드서의 압박 수비를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최종 수비라인을 강화한 벤치의 작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상대에게 개인기에서 뒤지다보니 쉽게 볼을 빼앗기 어려운 점을 감안, 지역 방어를 펼쳐 공간을 내주지 않고 위험 지역에서는 철저한 대인 방어로 돌파를 허용하지 않아 실점을 막는 수비수들의 호흡이 약속한 대로 잘 이뤄진 형국이었다.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죽음의 구간'을 성공적으로 통화했지만 더 큰 관심이 가는 경기가 바로 양 팀이 맞붙을 3차전이다. 조 1,2위전이 된 셈인데 16강전서 보다 수월한 상대를 만나려면 1위를 차지해야 하므로 양보 없는 일전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력으로 보면 이번 대회서 가장 이상적인 경기 내용을 보이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우세가 점쳐진다. 아르헨티나가 브라질보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아도 무방할 것 같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결승에 오를 수 있는 팀이다. 하지만 4강전 및 결승전까지 진출하려면 강팀들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법. 이런 면에서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서 일찌감치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강팀들끼리 붙어야 서로의 장단점이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아르헨티나는 장점이 보다 많이 부각됐고 네덜란드는 단점이 더 노출됐다 하더라고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두 팀의 맞대결이 기대된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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