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월드컵 돋보기]이탈리아는 전력 비축 중인가?
OSEN 기자
발행 2006.06.18 06: 53

[6월 18일 이탈리아-미국(카이저스라우테른, E조)]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우승 후보를 유럽에서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남미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꼽고 있었다. 그리고 스페인과 독일이 그 다음 레벨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1차전서 가나를 2-0으로 꺾어 첫 고비를 무난히 넘긴 이탈리아가 조별리그서 100% 전력을 다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다. 승점 3을 확보하고 임한 탓인지 전력을 비축하려는 인상을 줬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공수 전환에 있어서 조직력이 있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갖춰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은 팀 컬러를 보여왔다. 이번 대표팀도 그렇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1차전서 체코에 0-3으로 완패한 미국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봤는지 수비시 제1선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밑으로 내려와 포진하는 한편 공격서는 정교한 패스웍으로 템포를 적절히 조절했으면서도 중거리슛을 남발하는 등 승점 3을 추가할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물론 남은 체코전에서도 우세가 예상되는 만큼 16강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5차례 월드컵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정상을 노리는 팀들은 8강전에 초점을 맞추고 팀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그런 맥락에서 현재 페이스를 끌어 올리려는 생각일 수 있으나 이날 미국전만큼은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이기에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특히 전반 막판 서로 한 명씩 퇴장당한 뒤 후반 2분만에 미국이 또 레드카드를 받아 오랜 시간을 10-9의 수적 우세에 있으면서 끝내 추가골을 뽑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물론 벼랑 끝에 몰린 미국의 저항은 완강했다. 미국은 '죽기살기'로 나오면서 근성과 투지를 발휘, 탈락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뜻밖에도 상대의 자채골이 나와 선제 실점 후 일찌감치 동점이 되면서 운도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또한 이기기에는 부족했다. 미드필드진이 가로채기에 의한 기습이 빨랐으나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 이르면 템포가 떨어진 탓에 완전한 찬스 포착 및 득점이 안이뤄졌다. 수적으로 열세이면서도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는 경기를 했지만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의 균형을 깨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