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잉글랜드-스웨덴(쾰른, B조)].
잉글랜드의 스웨덴 출신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이기는 데 별로 뜻이 없는 것 같았다. 오랜 지도자 생활에서 오는 직관으로 볼 때 그랬다. 잉글랜드가 지난 38년동안 스웨덴에 승리하지 못한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조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용상으로는 잉글랜드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에릭손 감독은 선수들을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비겨도 1위가 되기 때문에 16강전 이후를 생각해서 안전 운행을 택한 것 같았다. '스웨덴 징크스'를 깨려고 들다 자칫 패하기라고 하면 16강전서 개최국 독일과 만나기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도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질 경우 동시에 벌어진 코스타리카-트리니다드토바고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스웨덴으로서도 비기면 올라가는 데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양 팀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팀으로서 미드필드에서 나름대로 활발한 공방이 이뤄져 별로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저변에는 '무승부면 서로 만족'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
어쨌든 양 팀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이제는 16강 결승 토너먼트를 생각할 차례가 됐다.
잉글랜드는 이날도 드러났듯 선수 개개인이 다양한 특성을 갖추고 있어 상당히 팀 구성이 잘된 우승후보였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킥력을 지닌 베컴, 저돌적인 돌파력에 집중력과 근성이 빼어난 루니, 화려한 드리블의 조 콜, 패싱과 중거리슛에 능한 램파드, 헤딩력이 발군이 크라우치, 만능 선수인 제라드 등 팬들을 사로잡을 만한 다양한 '무기'를 지녔다.
다만 스트라이커 오웬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 특별한 충돌에 의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통증을 느끼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한국의 이동국이 평가전서 부상 당한 것을 연상케 했다. 이런 경우 오히려 더 심각한 부상일 가능성이 높아 오웬이 과연 결승 토너먼트에 뛸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스웨덴은 조직력과 빠른 공수 전환이 돋보였고 세트 플레이에 능하면서 공격진과 수비진이 모두 헤딩력이 강한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독일과의 16강전서는 고전이 예상된다. 공격이 단순해 상대에게 수가 금방 읽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수비로 전환할 때 길목을 잡고 있으면 제대로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다양성 부족으로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이날 두 골이 모두 그러했듯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득점 루트가 세트플레이로 국한돼 있는 인상을 줬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