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프랑스-스페인(하노버, 16강전)]
조별리그서 부진하며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프랑스가 체면 치레를 했다.
프랑스와 달리 조별리그서 승승장구하며 16강전에 오른 스페인을 맞아 내용상 밀렸고 볼 점유율 또한 뒤졌지만 지단 앙리 비에라의 노련미를 살려 승부를 뒤집고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심판 덕도 봤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스페인은 샤비, 샤비 알론소, 파브레가스가 포진한 미드필드진이 워낙 많이 뛰고 빠른 공수 전환으로 중원을 장악하면서 지단 앙리 비에라 등 상대 핵심 멤버들이 볼을 제대로 못잡게했으나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미드필드서 압도한 것에 비해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힘만 뺐다.
프랑스 또한 미드필드진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둔했으나 순간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지단 등의 날카로운 패스가 몇 차례 나오면서 득점으로 이어질 만한 장면은 스페인 보다 많았다.
특히 동점골을 넣던 장면은 작품이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앙리가 플레이에 관여하지 않고 서 있는 상태서 리베리가 비에라와 월패스를 주고 받아 완전한 돌파에 성공, 동점을 만들어 내면서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날 경기와 관련 이번 대회 심판 판정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스위스전서 부심의 오프사이드 선언을 무시하고 주심이 경기를 진행시켜 한국이 쐐기골을 허용한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네덜란드-포르투갈전서 사상 최다인 4명의 퇴장과 16장의 옐로카드가 난무하는 등 심판들의 운영 능력이 부족한 인상이기 때문이다.
이날 프랑스가 역전 결승골을 뽑던 상황도 주심의 판정이 석연찮았다. 앙리가 얻어낸 프리킥을 지단이 찼고 비에라가 헤딩슛으로 골을 뽑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스페인의 프리킥이었다. 앙리가 스페인 수비수의 팔꿈치에 맞은 것 같은 반응을 보이자 주심이 프리킥을 선언했으나 이에 앞서 앙리가 먼저 반칙을 범했기 때문이다. 결국 앙리의 노련함에 주심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프랑스는 8강전서 브라질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지단과 앙리가 노련미는 발휘하고 있을지 모르나 여전히 이름값에 못미치는 활약에 머물고 있어 실망스럽고 8년 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서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벽을 3-0으로 깨던 모습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단은 34세로 나이가 들었다고 치더라도 29세로 아직 30줄에 들어서지 않은 앙리는 오프사이드에 지나치게 자주 걸리고 주변에 도와주는 선수가 없으면 골을 넣기 힘든 선수라는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한편 50년 브라질 월드컵서 4위를 차지한 이래 한 번도 4강에 들지 못했던 '8강 단골' 스페인은 이번에는 8강에도 들지 못하며 세계 정상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해야 했을 것이다. 조별리그서는 쾌조의 행진을 벌였다 하더라도 축구라는 게 상대에 따라 경기의 양상이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에 조별리그서 보여준 스페인의 모습이 모든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