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월드컵 돋보기] 아르헨티나 감독은 승부차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OSEN 기자
발행 2006.07.01 08: 46

[7월 1일 독일-아르헨티나(베를린, 8강전)]
경기에 들어가기 앞서 독일이 16강전부터는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페널티킥 연습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현지 교민들로부터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다.
독일의 키커로 나선 뇌빌 발락 포돌스키 보로프스키가 모두 성공시킨 반면 아르헨티나는 크루스가 성공시킨 뒤 아얄라가 못넣었고 로드리게스가 넣은 뒤 캄비아소가 독일 골키퍼 레만의 선방에 막히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독일은 과연 모두 성공시킨 키커들이나 두 차례나 상대의 킥을 막아낸 골키퍼나 승부차기에 대비한 모습이 보였으나 아르헨티나는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었던 것 같다. 필드골로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승부차기에 나선 키커들이 호세 페케르만 아르헨티나 감독이 생각하는 최선의 라인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베테랑 크레스포(31)와 리켈메(28)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답게 연장전 포함 120분동안 독일에 우세를 보였음에도
승부차기서 패해 탈락한 것은 크레스포와 리켈메를 뺀 탓이라고 보인다. 리켈메는 후반 27분, 크레스포는 후반 34분 교체됐는데 페케르만 감독은 대신 들어간 선수들의 기량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제3자로서 볼 때 공격과 미드필드의 두 핵심 멤버들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여겨진다.
아마도 페케르만 감독은 둘을 빼고 '지키는 축구'로 가더라도 남은 10여 분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봤겠지만 독일 클로제의 동점골이 크레스포까지 나간 뒤 1분만에 터졌으니 아르헨티나로서는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을 한 번쯤 되씹었을 것이다.
게다가 끝내 120분을 비겨 승부차기에 들어설 때 페케르만 감독의 심경은 후회 막급이었을 것이다. 큰 경기를 가장 많이 치렀고 스트라이커로서 페널티킥을 차 본 경험도 풍부한 크레스포와 팀 내서 가장 정교한 킥력을 소유한 리켈메 없이 승부차기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 감독으로서는 정말로 답답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승운이 따른 독일이 4강전에 올랐고 아르헨티나는 94년 16강전, 98년 8강전, 2002년 조별리그서 탈락한 데 이어 또 주저앉으며 16년만의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게임을 잘하고도 만일의 경우에 대한 대비가 다소 소홀했던 게 화를 부른 셈이었다.
그러나 독일 또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를 꺾은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벌어진 8강전서 우크라이나를 3-0으로 가볍게 따돌린 이탈리아가 객관적으로 볼 때 공수에서 모두 낫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개최국이 누리는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탈리아가 결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