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서재응 세이브 취소는 숲을 못본 것
OSEN 기자
발행 2006.07.01 10: 42

서재응(29.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6월 24일 벌어진 피츠버그와의 홈경기. 팀이 7-0으로 앞서 있던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4이닝 4실점의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팀이 10-4로 승리해, 마무리투수가 3이닝이상 투구하면 세이브가 주어진다는 규칙에 따라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것으로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25일 다저스팀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뜻밖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도문이 올라왔다.
(No save for Seo: Although Seo initially received credit for a save Friday night when he allowed four runs in four innings of relief, official scorer Don Hartack ruled that Seo did not pitch effectively and no save was awarded)
내용을 집약하자면, ‘서재응의 투구가 비록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구원투수로서 4이닝 동안 4실점한 것은 효과적인 투구가 아니라고 판단해 서재응의 세이브기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돈 하택이라는 이날 경기의 공식기록원이 내린 결정이었다.
우선 이러한 판단이 규칙에 어긋난 결정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얘기한다.
야구규칙 10.20 세이브 규칙 (c)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엄연히 존재한다. 마무리투수가 ‘최소한 3회를 효과적으로 투구하였을 경우 세이브를 기록한다’라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효과적’ 이라는 단어다.
공식기록원은 마무리투수가 세이브를 얻기 위한, 규칙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켰다 하더라도, 효과적인 투구라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재량권으로 구원투수의 세이브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다소 주관적으로 보이는 세이브 규칙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규칙이다. 다만 이러한 규칙이 실제 적용되어 세이브를 인정받지 못한 전례가 아직 없을 뿐이다.
국내프로야구 공식기록원간의 룰미팅 때도 이 문제는 늘 단골로 등장한다. ‘효과적(effectively)’이라는 말에 대한 해석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단지 숫자적으로 접근해 ‘구원투수가 몇 점 이상 실점하면 비효과적이다’ 라고 쉽사리 규정지을 수는 없다. 매경기의 흐름이나 내용이 틀에 넣은 것처럼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랜동안의 고민끝에 세이브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데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정해 놓기는 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이를 적용하게 되는 일이 생길 경우, 상당부분 제한적으로 적용하기로 내부 방침만 세워놓은 상태다.
그런데 만일 서재응과 같은 경우가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국내에서는 어떠한 결정이 내려졌을까? 한마디로 대답은 ‘무조건 세이브 인정’ 이다. 세이브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자주 등장하는 ‘비효과적’ 이라는 말뜻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리는 것이 순서다.
세이브 불인정에 대한 결정적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비효과적인 투구’는 우선 실점이 많아야 하고, 팀이 리드하고 있던 경기를 상당부분 위태롭게 만드는 투구내용을 보여준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그저 실점이 많다고 해서, 또는 역전의 위기까지 몰렸다해서 효과적이지 못한 투구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적어도 어느 하나가 아니라 이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되어야 한다.
서재응이 인정받지 못한 세이브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경우 중 한 가지에만 해당되는 상황이다.
서재응의 경우, 7-0의 리드상태를 안고 등판한 투수로서 전력투구할 필요는 없었다. 많은 점수차의 리드를 안고 있는 만큼, 투구페이스를 나름대로 조절해가면서 여유있는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따라서 4이닝 4실점이라는, 단순한 실점수만을 근거로 효과적인 구원투수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속단해 버리기에는 정황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비유하자면 4실점이라는 실점숫자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경기전체 흐름속에서의 서재응을 놓친 것이다.
기록판정이 단순한 기록지상에 나타나는 숫자만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생명력을 상실한 죽은 기록에 불과하다. 좀더 신빙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위해선 경기의 맥을 찾아 그 흐름에 함께 녹아드는 시야와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경기를 읽어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 하택의 기록 결정에 대해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틀린 결정이었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서재응의 세이브기록 불인정은 아무래도 지엽적인 문제를 너무 크게 부각시켜 해석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일본프로야구는 비효과적인 투구때 세이브를 인정하지 않는 규칙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투구내용에 상관없이 3이닝 이상 투구하면 무조건 세이브를 인정한다. 이는 기록판정에 주관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취지인데, 기록판정이 쉬워지는 면이 있는 반면, 경기흐름과 동떨어진 기록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안고 있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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