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월드컵 돋보기]승부차기 결과는 또 경기 내용과 상반됐다
OSEN 기자
발행 2006.07.02 08: 57

[7월 2일 잉글랜드-포르투갈(겔젠키르헨, 8강전)]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서 패해 탈락하더니 하루 지나자 잉글랜드도 마찬가지로 떨어졌다. 그리곤 다음 경기서 브라질마저 프랑스에 덜미를 잡혀 짐을 싸게 됐다. 개인적으로 4강 후보로 꼽았던 팀 중 이탈리아 하나만 빼고 모두 8강전서 고배를 마셨으니 토너먼트 대회는 정말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이날 경기 내용은 잉글랜드의 우세였다.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는 경기 상당수가 그렇듯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개인의 능력이나 공격 및 수비 방법에서 잉글랜드가 상당히 앞서 있었으나 골 찬스가 잘 나지 않았고 그나마 잡은 몇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결과였다. 잉글랜드는 베컴 램파드 제라드가 포진한 미드필드진이 화려한 명성에 걸맞게 잔 패스와 긴 패스를 타이밍에 맞춰 적절히 혼합하며 스케일이 큰 플레이를 펼쳤지만 세계 무대서 통할 수 있는 확실한 스트라이커 부재를 아쉬워해야 했다. 그나마 램파드에게 두세 번 슈팅 기회가 왔으나 살리지 못해 끝내 골을 뽑지 못했다. 잉글랜드로서는 악재도 겹쳤다. 베컴이 오른발을 접질려 후반 7분에 일찌감치 빠져야 했고 17분에는 그나마 골을 넣을 수 있는 존재인 루니가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다. 베컴은 교체돼 나간 뒤 벤치에서 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개인적인 소회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자신의 부상이 불길한 징조라는 생각이 들었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베컴은 교체 직전 포르투갈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짧은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밀집된 상황이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수비수의 팔을 겨냥한 지능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베컴의 킥은 수비수의 손에 맞아 페널티킥 유도에 성공한 듯했으나 주심의 각도상 안보였는지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잉글랜드에는 무척이나 아쉬운 장면이었고 이번 대회서 PA 안에서 볼이 손에 맞아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잉글랜드 전력의 결정적인 약화를 초래한 루니는 '악동'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나이가 더 들어야 할 것 같다. 상대가 집요하게 옷을 붙잡고 늘어져 짜증은 났겠지만 아무리 경기가 안풀린다고 해도 심판의 눈을 속이려 해서는 안된다. 보복성 플레이를 보다 더 처벌하는 추세에서 살짝이었다고는 하나 주심이 보는 앞에서 상대의 사타구니를 밟았으니 퇴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영리하지 못한 선수라는 인상을 줬다. 반면 포르투갈은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한 내용을 보였다. 승부차기까지 각오하고 나온 듯 특히 수비는 전 선수가 고르게 참여하는 게 일관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골을 넣으려는 의도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전 운행을 펼쳤다. 이는 전체적인 포진을 유지한 상태서 잔 패스 위주로 공격을 진행한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공격에 변화가 너무 없어 골을 넣기가 어려웠다. 그저 테크니컬한 슈팅에 의존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이 작전은 먹혀 들었고 끝내 잉글랜드에 골을 내주지 않고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승부차기까지 가서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이제 8강전은 모두 끝났다. 4강에 오른 팀들의 특징을 보면 독일과 포르투갈은 화려한 맛은 없으나 공격과 수비에서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아 개개인의 능력에서 강점이 있다. 아마도 결승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오를 것 같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서 자책골로만 한 골을 내줬을 뿐 특유의 '빗장 수비'에 조직력이 탄탄하고 프랑스는 8강전서 브라질에 별로 찬스를 안내주며 점점 좋아지는 모습인 데다 승운까지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포르투갈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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