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이탈리아-독일(도르트문트, 4강전)] 양 팀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이 뒤바뀌는가 하면 전술 체력 선수교체 등 축구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마치 한 편의 드라마가 전개되듯 잘 보여준 한 판이었다. 전반전은 이탈리아가 완전 압도했다. 공격수의 미드필드 압박이 철저했고 최종 수비진하고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가 잘 이뤄져 일방적인 게임이 됐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가투소가 엄청나게 뛰어다니며 공수의 균형을 확실히 잡아줬다. 반면 독일은 전반 슈팅 다운 슈팅 혹은 찬스 다운 찬스가 없을 정도였다. 핵심 미드필더인 프링스가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 이후 빚어진 충돌 사태로 2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탓이 컸다. 대역을 맡은 켈은 패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발락 또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독일은 전반서 팀 전술 및 부분 전술이 전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 내용에 그쳤다. 하지만 후반 들면서 양상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다. 이탈리아가 전반에 오버 페이스했는지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이며 미드필드가 실종되고 공격라인과 수비라인 2선으로 양분돼 미드필드 싸움서 독일에 완전히 밀렸다. 자연히 찬스가 생기기 시작한 독일은 포돌스키 등의 결정적인 슛이 보다 정확성만 있었다면 90분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연장전서 승부의 추가 다시 바뀐 것은 선수 교체 때문이었다. 독일이 후반 28분과 38분 스피드가 있는 슈바이슈타이거와 오돈코를 투입한 것도 보탬이 됐지만 이탈리아가 후반 29분 질라르디노, 46분 이아킨타, 연장 전반 14분 델피에로를 기용한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특히 부진한 토니 대신 질라르디노가 들어가면서 빠른 공격이 이뤄져 이탈리아가 결국 골문을 열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이탈리아는 혈전 끝에 승리함으로써 결승에 올랐지만 이날 경기서 몇 가지 문제점도 드러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강하고 결승골을 넣은 그로소 같은 수비수나 미드필더들도 다른 나라 대표팀에서라면 주전 공격수로 뛰어도 될 만큼 개인적인 기량이 뛰어난 강점이 있지만 미드필드 운영에는 허점이 있었다. 공격을 풀어나가는 토티와 피를로가 기습 전환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 축구에서는 미드필드에서 압박으로 상대의 볼을 차단한 뒤 빠르게 기습을 펼치는 게 가장 득점하기 좋은 방법임에도 이탈리아 허리진은 속공 구사 능력이 부족했다. 토티는 짧은 패스는 위력적이나 활동폭이 좁은 한계가 있고 피를로는 프리킥이나 코너킥도 전담하며 롱 패스를 날릴 줄 알았지만 템포가 늦었다. 또 한 가지는 주전 스트라이커의 문제. 토니는 이탈리아리그 득점왕이라고는 하지만 장신(194cm)으로서 수비수를 등지는 능력은 갖췄지만 느려서 위협적이지 못했다. 독일이 마크맨으로 붙인 비슷한 신장(193cm)에 역시 느린 메첼더에 막혀 '영양가 있는' 헤딩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결국 질라르디노로 교체되면서 이탈리아의 공격은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통산 4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이탈리아는 이제 남은 세 팀 중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에 필적할 만한 팀은 아르헨티나밖에 없었으나 8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6일 준결승을 벌일 포르투갈도 빠른 공수 전환이 돋보이나 이탈리아는 여기에 각 포지션마다 특징이 있는 선수들이 포진해 선수 구성이 좋은 강점까지 있다. 남은 변수라면 체력일 것이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