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심광호의 시즌 첫 홈런은 로컬 룰의 힘
OSEN 기자
발행 2006.07.18 12: 52

지난 7월 13일 삼성의 조동찬이 SK와의 원정경기(문학구장)에서 5회에 힘껏 밀어친 공이 공교롭게도 우익수쪽 담장 윗모서리를 맞고 튀어 넘어가는 행운의 3점홈런으로 연결된 일이 있다. 이러한 바운드성 홈런은 흔하진 않지만 가끔은 구경할 수 있는 홈런의 형태다. 그런데 같은 바운드성 홈런임에도 6월6일 한화와 SK의 대전구장 경기에서 2회말 심광호(한화)가 기록한 개인 시즌 첫 홈런(중월2점)의 정당성에 대해선 그 후에도 심심찮게 이런저런 주장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다. 당시 심광호의 타구 역시 담장 윗부분을 맞고 넘어갔는데 문제는 타구가 닿은 부분이 홈런 판정의 기준이 되는 담장의 가장 윗부분이 아니라 또다른 철조망 펜스를 받치고 있는, 과거 담장의 윗부분이었다는데 있다. 대전구장은(광주구장도 비슷하다) 외야 펜스의 높이를 좀더 올리기 위해 과거의 기존 담장 위에 철망으로 된 보조 담장을 추가로 설치해 놓았는데, 심광호의 타구가 얄밉게도 철조망 하단과 기존 담장이 만나는 지점의 툭 튀어나온 부분을 맞고 바운드 되면서 튀어올라, 철조망을 훌쩍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철조망에 끼거나 관통했을 경우는 2루타가 된다). 심광호의 타구가 홈런으로 선언되자 SK의 조범현 감독이 그라운드로 걸어나와 심판진에게 뭔가를 어필했지만, 내용은 홈런 선언에 대한 이의가 아니라 '펜스에 맞고 튀어오른 타구가 혹시나 쫓아간 외야수(정근우)의 몸에 다시 닿고 넘어간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형태의 홈런이 이번이 처음이었다면 아마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었겠지만 몇 년 전 비슷한 형태의 타구가 나왔을 때 이를 홈런으로 인정하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었기에 SK측도 별다른 이의없이 넘어갔다. 규칙에 플라이 타구가 새나 애드벌룬 등의 시설물에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을 경우 심판원이 타구의 성격을 파악해 새나 시설물에 타구가 닿지 않았다면 홈런이 되었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 타구를 홈런으로 인정한다(7.05-a)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대전구장처럼 펜스가 이중으로 쌓아올려진 형태로 인해 발생한 애매한 바운드성 타구에 대해서는 규칙에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것은 대전구장을 비롯한 일부 구장의 특수한 구장시설에 의해 발생된 것인 만큼 그 구장이나 지역만의 별도 적용규칙을 만들어 시행하면 되는 것이고 바로 이러한 형식의 규칙이 일명 로컬 룰(Local Rule)이다 이승엽의 주무대인 도쿄돔의 경우에도 돔구장이라는 특수 환경 때문에 플라이 타구가 외야쪽 천장에 닿으면 홈런으로 인정한다는 특별규칙이 있다. 이러한 로컬 룰은 해당지역이나 구장에선 일반 야구규칙보다 우선한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조범현 감독의 가지를 뻗은 어필은 심광호가 친 타구의 홈런 인정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한동안 잠잠했던 해묵은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만일 조범현 감독의 어필대로 상황이 일어났다면? 이는 홈런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타구가 펜스에 맞지 않고 야수에 닿은 후 담장을 넘어갔다면 홈런이지만(6.09-h) 펜스에 맞고 야수에 닿은 다음 외야 담장을 넘어갔다면 홈런이 아니다(6.09-g). 그렇지만 한국적 로컬룰이 적용된, 실제 상황으로 발생한 심광호의 타구(홈런)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구석이 있다. 현재 규칙에 심광호가 친 형태의 타구는 '홈런이 아니다'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반대로 홈런으로 인정한다는 말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만든 홈런에 관한 로컬 룰이라지만 하나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야구규칙의 홈런에 관한 성격규정 조항이다. 여러 규칙을 통해 홈런에 대한 정의를 유추해보면 홈런은 타구가 공중에 뜬 채로 담장을 넘어갔을 경우(7.05-a)로 설명되어 있다. 규칙 용어로는 인플라이트(in flight) 상태로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말한다(그라운드 홈런 제외). 인플라이트 상태란 '타구가 땅이나 야수 이외의 다른 물체에 닿기 전으로 공중에 떠 있는 상태'를 말한다(2.41). 야수가 인플라이트 상태의 타구를 잡으면 해당 타자는 아웃이 된다. 만일 플라이 타구가 새에 닿았다면? 이 타구는 인플라이트 상태가 아니다. 홈런성 타구였다면 홈런이 인정되겠지만 홈런성 타구가 아닌 상태에서 새에 맞고 땅에 떨어졌다면 그대로 인플레이(플레이의 계속)가 된다. 설령 새에 맞고 떨어지는 타구를 야수가 땅에 닿기 전 잡더라도 타자는 아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새는 땅과 같이 취급되며 새에 맞는 순간 타구는 인플라이트 상태에서 해제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규칙을 근거로 본다면 심광호의 담장에 맞고 튀어오른 타구를 야수가 잡았다고 가정할 때 심광호는 규칙상 아웃이 아니다. 인플라이트 상태의 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홈런은 공중에 뜬 채 즉 인플라이트 상태로 넘어가는 타구라고 했다. 따라서 펜스에 맞고 튀어오른 심광호의 타구를 야수가 잡아도 아웃이 안된다면 그 타구는 인플라이트 상태의 타구가 이미 아닌 것이다. 즉 심광호의 타구가 홈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담장에 맞고 튀어오른 그 타구를 야수가 직접 잡았을 경우 아웃으로 처리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조범현 감독이 질문한, 담장에 맞은 다음 야수에 닿고 담장를 넘어가는 타구 역시 담장에 한 번 닿은 타구를 인플라이트 상태로 인정한다면 연장선상에서 덩달아 홈런으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플라이 타구가 야수에 닿고 담장(페어지역)을 넘어가는 것은 인플라이트 상태에서 넘어간 것으로 간주돼 홈런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파울지역 담장쪽으로 넘어가면 2루타가 된다). 이상의 장황하고도 복합적인 예를 통해 심광호의 타구를 분석하다 보면 홈런으로 간주하기엔 아무래도 야구적으로 어딘가 모순점이 있어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한 관계자들의 깊은 논의가 훗날 따로 있겠지만 규칙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추리해 본, 섣부를 수도 있을 필자의 생각이 '심광호의 타구는 2루타로 인정하는 쪽이 좀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라는 방향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이 모든 가정과 생각들도 로컬 룰 앞에서는 한낱 부질없는 고민에 불과하지만….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심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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