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기록과 기록 사이]이승엽의 한·일 통산 400홈런은 기록 국제화의 시작
OSEN 기자
발행 2006.08.03 11: 59

지난 7월 25일, 2005년(롯데)에 이어 2년연속 30홈런을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 양리그 모두에서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또 한 명의 선수로 역사에 기록되었던 이승엽이 불과 일주일 후인 8월1일, 한·일 개인통산 400홈런(한국 324개, 일본 76개) 달성이라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대단히 의미있는 기록을 또다시 이루어냈다. 지난 6월 11일, 선행주자의 누 공과로 인한 홈런 무효판정(19번째 홈런에 해당)을 받는 일만 없었다면 진작에 400홈런 고지에 오를 수도 있었을 터였지만, 다행히도 홈런 무효사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한 끝에 예상보다 빨리 기록에 도달했다. 2003시즌을 끝으로 일본프로야구로의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이승엽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한 예상은 이승엽이라는 선수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도 평가였지만, 실은 이승엽보다 한발 먼저 일본에 진출(주니치:1998~2001)했던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었던 이종범이 3년 여에 걸쳐 부진한 성적에 머물며 1-2군을 오르내리다 국내프로야구로 다시 복귀한 것이 일종의 학습효과 구실을 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 첫 발을 내디딘 첫 해(2004년), 이승엽은 팬들의 우려대로 적응에 애를 먹으며 한때 2군에 내려가는 아픔을 겪는 등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위기를 잘 넘기고 이듬해(2005년)엔 완전히 적응, 거포 부활의 상징적 수치라 할 수 있는 시즌 30호 홈런을 달성하는 동시에, 소속팀을 재팬시리즈 우승으로까지 이끌며 최고의 한해를 보낼 수 있었다. 이쯤이면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으로 예단했지만 이승엽은 그것마저 섣부른 판단으로 만들어 버렸다. 2006시즌을 앞두고 롯데에서 일본 최고의 명문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이승엽은 올스타전을 전후로 이미 작년 기록들을 훌쩍 뛰어넘으며 일본프로야구의 홈런왕 자리마저 사실상 예약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눈부신 활약에 KBO는 이승엽의 한·일통산 400호 홈런기록에 대한 기념패 수여계획을 지난달(6월) 말에 확정 발표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작성한 기록은 비록 아니지만,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일본으로 진출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국위선양에 이바지하는 그의 노력에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결정은 한국기록이냐 일본기록이냐 하는 작은 우물안에서 보이는 하늘크기 만큼의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기록에 접근하는 것이기에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다. 사실 일본프로야구와 국내프로야구의 기록을 합쳐서 선수 개인을 시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당시 MBC청룡의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 전 LG 감독이 국내에서 31번째 경기(6월12일, OB베어스전)에 출장하던 날, 일본에서 뛴 1969경기(1963~1981)와 합쳐 프로통산 2000경기 출장에 대한 기념패를 수여한 바가 있다. 통산 안타수에서도 백인천은 한·일 합작 2000안타를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이 기록은 1984년을 끝으로 은퇴하는 바람에 1966안타(일본 1831개,한국 135개)에서 그쳐 미완성 기록으로 남고 말았다. 그리고 현재 박재홍(SK)만이 가지고 있는 200홈런-200도루도 한·일 양국의 기록을 합친다면 사실상 이종범(기아) 역시 200홈런-200도루 클럽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다. 이종범은 국내에서 활약한 1993~1997년과, 2001~2006년 현재(7월26일)까지 179홈런-479도루를 기록중이지만, 일본(1998~2001)에서 기록한 27홈런-53도루를 합친다면 200홈런-200도루 클럽 등재는 물론, 개인통산 500도루도 이미 달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프로야구의 기록이라는 것이 각 리그별 기록으로 집계되고 관리되어야 객관적인 자료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리그별 별도 기록관리 외에도 국제적인 교류와 개방시대의 흐름에 야구도 예외가 아닌 것 처럼, 지역을 초월한 선수 개인의 프로통산기록 관리도 함께 병행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승엽의 연일 계속되는 분전에 국내프로야구가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이 크게 봐서는 국내야구에 해(害)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승엽에 대한 관심은 이승엽 개인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그가 하고 있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며, 그가 만들어내고 있는 야구기록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 2군에서 절치부심하던 시기에 그가 남긴 말이 있다. “절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겠다. 스스로 이겨 내겠다”고. 억지표현이지만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우리는 이승엽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의 기록을 우리 테두리 안에서 늘 함께 의식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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