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도전하다(5)
OSEN 기자
발행 2006.08.12 12: 34

이제는 본격적인 등반이다.
8월 8일 하루 베이스 캠프에서 휴식을 취한 원정대는 9일부터 행동에 나섰다.
하나는 조긴(6456m) 등반을 위한 정찰. 원정대는 탈레이사가르(6950m) 북벽 등반 전에 이웃하고 있는 조긴 등반을 마치기로 돼 있다. 조긴은 탈레이사가르와 길고 복잡한 능선으로 연결 돼 있다. 베이스캠프가 탈레이사가르-조긴을 잇는 능선이 그리고 있는 커다란 원의 안쪽에 위치해 있는 형상이다. 베이스캠프에서 좌측으로는 탈레이사가르, 우측으로는 조긴 방향이다.
대원들이 조긴에 먼저 오르기로 한 것은 고소적응 때문이다.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의 열쇠는 높이와 경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눈과 얼음으로 덮혀 있고 경사도 80도가 넘기도 하는 북벽에 오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힘만 갖고는 안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술을 발휘하기에 앞서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높이에 대한 적응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고소 적응에 실패,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 기술은 그야말로 쓸모없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원정대가 생각한 것은 비교적 난이도가 적은 조긴을 먼저 오르면서 고소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일단 기술적으로 쉬운 조긴을 오르면서 고소에 적응하고 탈레이사가르 북벽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두 산의 높이가 500m 정도 되므로 고소적응을 위한 훈련으로선 더 없는 대상이 바로 조긴이다. 마침 19일 출발하는 원정대 후발대가 조긴 스키등반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탈레이사가르와 함께 조긴에도 입산신청을 해두었다(네팔 파키스탄 인도 등 히말라야 준봉들이 위치한 국가들은 수입과 환경 보존을 위해 입산료를 받는다. 탈레이사가르와 조긴은 각각 미화 3000달러씩의 입장료를 내야 등반할 수 있다).
9일 대원들은 베이스캠프를 떠나 모레인지대에서 조긴 등반에 필요한 루트 정찰로 하루를 보냈다. 빙퇴석(빙하에 의해 운반된 퇴적물)으로 이루어진 모레인지대는 등반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지형이다. 바위 점토 모래가 뒤섞여 걷기에 최악의 환경을 제공한다. 해발 5100m의 ABC에서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500m 캠프1까지 해발 고도차는 불과 400m다. 육안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꼬박 6시간은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바로 이 구간의 대부분이 모레인지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긴 역시 등반에 앞서 모레인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원정대는 출국 전 조긴 등반 루트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등반한 사례가 없었고 등반 난이도가 높은 산이 아니어서 외국원정대의 보고서도 접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모한 등반은 아니다. 이미 2002년 브리구판스 원정당시 이 지역에 대한 정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육안 정찰 결과 설사면을 이용, 조긴 정상의 좌측 능선에 먼저 오른 후 이후 능선길을 따라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동네 앞산도 아닌 다음에야 구체적인 등반 출발점과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동안의 루트 파인딩 작업이 필요했던 셈이다.
구체적인 조긴 등반 루트를 결정한 대원들은 10일부터 본격적인 등반에 들어갔다. 우선 설사면을 통과 능선에 도달하기 위한 루트 작업. 해발 5800m의 능선에 조긴 캠프1을 설치한다는 목표로 거기 까지 이르는 구간에 고정로프를 깔았다.
2-3명의 인원이 짧은 기간에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는 이른바 알파인스타일 등반에서는 고정로프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조긴 등반은 현지에 가 있는 13명의 대원 모두가 정상에 올라야 한다. 고소적응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 등반에 들어가 알게 된 사실은 캠프1까지 설사면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육안으로 관찰한 것 보다 훨씬 경사도가 급해서 현지의 박희영 대장은 “주마링으로 올라야 한다”고 전해 왔다. 덕분에 대원들은 더욱 만족할 만한 훈련 파트너를 만난 셈이지만 여기를 스키로 오르려는 목표를 세운 후발대에겐 큰 난관이 생긴 셈이다.
일부 대원들이 조긴에서 루트작업을 하는 사이 나머지 대원들은 탈레이사가르 캠프1까지 물자를 수송했다. 벽등반을 위해서는 능선을 오르는 등반보다 훨씬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이번 탈레이사가르 북벽의 경우 전구간에 고정 로프를 설치해야 하고 이에 필요한 확보물들이 필요하다. 앞서 소수의 인원으로 탈레이사가르에 도전했던 일부 한국원정대의 경우 캠프1까지 짐수송에 체력을 다 소진해 본격적인 벽등반에 애를 먹은 경험도 있고 결국 이것이 실패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대원들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이후 매일 한 차례씩 내리는 비는 등반이 시작되고도 그치지 않았고 이 바람에 대원들은 방수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nanga@osen.co.kr
모레인지대를 통과하는 대원들. 빙하아래로 흐르는 물이 보인다(위). 탈레이사가르 캠프1까지 짐 수송에 나선 대원들. 비 때문에 배낭커버를 씌운 모습을 볼 수 있다(가운데). 조긴 캠프1까지 고정로프 설치작업 중인 대원들. 생각보다 경사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아래)./원정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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