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0. 요미우리 자이언츠)이라는 특정선수에게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하는 해프닝이 연속해서, 그것도 한 시즌에 몰아서 발생하는 것을 보며 새삼 야구경기의 의외성과 복잡성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연달아 일어난 해프닝에 이승엽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국내팬들의 분노에 가까운 반응들 이면으로, 야구규칙에 연관된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승엽 관련 해프닝이 생길 때마다 던져지는 질문들로 규칙몰이에 푹 빠지게 된다. 우선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해프닝인 인필드플라이 사건을 해부해보자. 8월 12일, 히로시마와의 원정경기에서 4회초 무사 만루 때, 이승엽이 친 내야 플라이타구가 야수에게 직접 잡히지 않았음에도 아웃으로 간주되었는데, 이는 인필드플라이 규칙이 적용된 것이다. ‘인필드플라이’ 라는 것은 무사나 1사 상황에서, 주자 1, 2루 또는 주자 만루 때 타자가 친 타구가 내야 높이 솟았을 경우에 선언되는 타자 자동아웃 규칙이다.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해 야수의 포구와 상관없이 무조건 아웃으로 선언하는 이유는, 수비측이 타자 한 명만을 잡는 대신, 타구를 일부러 땅에 닿게 한 다음, 미처 스타트를 끊지 못했던 누상의 주자들을 2명이상 한꺼번에 아웃시키려는 수비측의 비신사적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인필드플라이는 심판원의 선언이 있어야만 하며, ‘인필드플라이 이프 페어(infield fly if fair) ’라고 선언하도록 되어 있다. 이 말뜻은 인필드플라이로 선언된 타구라도 결과적으로 파울볼이 되면 선언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이승엽의 내야 플라이타구 때 화면상으론 2루심이 손을 높이 들어 인필드플라이로 선언하는 행위를 볼 수 없었다. (선언은 한 명만 해도 유효하지만, 통상적으로 인필드플라이 선언은 4심이 모두 시그널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마도 2루심은 인필드플라이로 선언하지 않아야 할 타구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추측은 타구를 야수가 잡지 못한 후, 그대로 땅에 떨어진 다음부터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보면 더욱 확신으로 바뀐다. 땅에 떨어진 타구를 유격수가 잡아 2루에 송구했을 때, 타구를 놓친 것을 보고 뒤늦게 2루로 달려온 1루주자에 대해 2루심은 명확하게 포스아웃을 선언했다. 이러한 판정은 타구가 인필드플라이로 선언된 상황이 아닌 경우라야 가능한 일이다. 인필드플라이로 선언되었다면 타자는 무조건 자동아웃이 되기 때문에 누상의 주자들은 자기가 서 있는 누를 비워줄 의무가 없다. 따라서 가지 않아도 상관없는 다음 누로 주자가 진루를 시도했다면 이 때는 몸에 태그당해야만 아웃이 된다. 단지 송구가 주자보다 먼저 왔다고 해서 아웃이 되지는 않는다. 포스상황의 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스상황이라는 것은 타자의 타격 후, 타자가 주자가 되어 달려옴으로써 누상의 주자가 자기가 점유하고 있던 누를 비워주고 다음 누로 뛰어야만 되는 상황에 처한 경우를 말한다) 바로 이점에 있어서 2루심은 인필드플라이로 생각하지 않았었거나, 설령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된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주자가 처한 상황이 포스상태가 아니라는 점(태그상황)을 잊고, 착각에 빠져 오심을 내린 것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포스와 태그상황을 착각해서 내린 판정은 결과적으로 규칙에 어긋나는 판정이기 때문에 이는 번복해 다시 바로잡을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얼마 전 메이저리그 추신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있다. 어찌됐던 이승엽은 주심이 방송한대로 인필드플라이 선언에 의한 아웃으로 처리되고, 주자들의 진루는 모두 인정(4심합의에 의한 최종결정) 되었지만, 또 하나 남은 문제는 주자들의 득점과 진루에 대한 기록적용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다. 이승엽의 플라이타구를 야수가 제대로 잡았다면 주자들이 진루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각 주자들의 득점과 진루는 타구가 떨어진 지점에서 가장 가까웠던 유격수의 포구실책에 의한 득점과 진루로 기록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3루주자 득점은 이승엽의 타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만일 당시에 이승엽의 타구가 인필드플라이로 선언되지 않았다면? (타구가 떨어진 위치로 봐서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이승엽의 타구 때 들어온 3루주자의 득점은 타점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었다. 바로 이승엽의 타구를 기록원이 안타성으로 판단했을 경우다. 잡으려 했던 유격수가 서 있던 자리와는 동떨어진, 전혀 엉뚱한 지역에 타구가 떨어진 것으로 보아 실책이 아닌 안타로도 기록이 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상 1루주자가 2루에서 포스아웃이 되었기 때문에 타자의 안타는 인정이 되지 않는다. 그냥 유격수 땅볼로 선행주자가 아웃될 때 출루한 것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3루주자의 득점은 이승엽의 타점이 된다. 반면 이승엽의 타구를 기록원이 야수실책으로 판단했을 때는 또 결과가 달라진다. 3루주자의 득점은 유격수가 타구를 제대로 잡았다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타자의 타점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때는 유격수가 2루수에게 공을 던지는 사이에 들어온 것으로 본다. 유격수의 실책성이지만 유격수가 2루수에게 공을 던져 1루주자를 포스아웃시키는 순간, 규칙상으론 실책이 소멸되기 때문에 3루주자의 득점을 실책 때 들어온 것으로 기록할 수는 없고, 선택수비에 의한 득점으로 기록한다. (이 상황에서 유격수 실책을 소멸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견해도 상당수 있다) 플라이타구라 해도 잡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면 그 때부터 그 타구는 플라이가 아니라 땅볼타구로 성격이 바뀐다. 따라서 3루주자는 땅볼타구로 1루주자가 2루에서 포스아웃이 되는 상황을 이용해 홈에 들어온 것과 같은 규칙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심판원이나 기록원이 보는 시각적 주관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 그것이 야구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