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결과 못지않은 과정의 중요성 일깨운 도하AG
OSEN 기자
발행 2006.12.05 13: 04

기적의 땅이었던 카타르 도하. 1993년 10월, 대한민국은 94년 미국 월드컵축구 본선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었다. 최종전인 북한전을 이기고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던 우리 축구선수들. 반면 일본은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낸 양, 열도가 들끓었지만 경기종료 불과 30초 전,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골득실에 의해 한국에 본선진출권을 넘겨 주었고 그들은 이를 도하의 비극이라 불렀다. 13년이 지난 지금, 도하의 비극은 한국야구로 날아들었다. 2006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내심 금메달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성원과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만과 일본에 연전연패하며, 처참하게 주저앉아 버리고 만 것이다. 패배도 패배지만 팬들이 실망했던 부분은 과정이었다. 해외파가 총망라된 대만전은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선수가 참가하지 않은 일본전에서도 한국은 투수교체 타이밍이 늦거나, 희생번트와 진루타 실패, 날씨를 감안하지 못한 수비진의 실책 등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너무도 매끄럽지 못한 모습의 연속이었다. 설령 일본전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하더라도 언론과 팬들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또 하나의 과정은 경기 외적인 줄거리다. WBC에서 부상당한 김동주의 FA자격처리 인정여부와 연관된 몇몇 대표선발 후보들의 고사, 이로 인한 차선책의 선수 선발이 부른 전력약화, 상대팀 선수에 대한 구체적 정보 부족 등,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늘 터져 나오게 마련인 원인들이지만, 실패를 앞에 놓고 뒤돌아보면 하나하나가 다 아쉬움으로 느껴진다. 야구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우리는 흔히 이야기한다. 투수교체 타이밍이 적절했는지 아니면 늦거나 빨랐는지, 그 순간에는 그저 상식 선에서 짐작만 갈 뿐이지만 결과는 그 선택의 옮고 그름을 갈라준다. 대타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기록을 근거로 상대에 대한 타율이 높은 타자를 기용하던지, 아니면 기록은 별로지만 이름에서 먹고 들어갈 만한 타자를 육감에 의존해 기용하던지, 그 잘잘못은 대타로 나온 선수의 타격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은 야구경기나 외적인 부분들에 있어 꼭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가르쳐 주었다. 비록 패했더라도 경기내용이나 사전 준비과정에 설득력이 있었다면 이렇듯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들었던 우리가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16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잘 싸웠다는 말로 오히려 위로했다. 지금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 때문이다. 경기 내외적인 과정에 있어서 팬들을 납득 시킬만할 최선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원년, 불멸의 4할대 타율(0.412)을 기록했던 백인천(MBC)선수의 좌우명은 ‘노력자애(努力自愛)’였다. 이는 노력 그 자체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 단어의 속뜻은 노력의 크기에 의해 결과가 결정지어진다는 것이다. 대만에도 밀려 이제는 아시아지역 야구의 3류로 전락했다는 자조성 기사도 보인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2인자를 자처하던 한국야구지만, 그것은 영원한 명제가 아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이 스포츠의 진리다. 만년 꼴찌가 우승을 할 수도, 우승팀이 하위권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것이 운동경기다. 프로농구에서 한때 32연패(1998-99시즌)까지 당했던 동양 오리온스가 3년 뒤(2001-02시즌) 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들의 과거 32연패가 우승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그러한 지난 날의 아픔이 있었기에 그날의 영광이 더욱 값지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정에 대한 최선의 노력과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분명 우리 야구가 팬들에게 다시 웃음을 선사해줄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 올 봄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던 WBC의 행복한 기억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은 것처럼, 승부의 세계에선 지금의 좌절이 영원한 슬픔이 되지도 않는다. 문득 야구의 기록 과정인 스코어링(Scoring)과 그 결과인 레코드(Record)의 관계가 생각난다. 스코어링이 충실해지면 그에 따른 결과인 레코드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르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말이다. KBO 기록위원회 1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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