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 맛집 기행]⑨피닉스 고송,'김병현 박찬호 백차승 추신수 사랑방'
OSEN 기자
발행 2007.01.23 17: 45

몇 년 전 일이다.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한창 활약을 하고 있던,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2000년의 일이다.
피닉스의 ‘고송(高松, 다카마쓰)’이라는 한국 식당(미국의 한식당은 일식당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에서 수석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김매선 씨는 아들 김동민 군의 학교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동민 군의 학교에서는 김 씨에게 “아들을 좀 calm down 시켜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야구 얘기, 특히 BK(김병현)에 대한 말만 나오면 너무 흥분을 한다나. 게다가 누군가 BK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을 하면 동민 군의 인내력은 한계를 드러내며 문제를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김매선 씨는 “그때 월드시리즈에서 만약 우리 다이아몬드백스가 졌다면 며칠 동안 (동민이) 학교도 보내지 못했을 거예요”라며 웃는다. 다들 기억하는, 그 유명한 애리조나와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얘기다. BK를 마운드 위에 두 번이나 주저앉혔던….
그때 동민 군 침대 위에는 김병현의 큼직한 사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의 단골 손님(김병현)으로부터 받아준 것이다.
이제 11학년(고교 2년)이 된 동민 군에게는 또 한 명의 절친한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생겼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는 백차승이다.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는 피닉스다. 매년 2월 한 달간은 백차승 추신수(지금은 클리블랜드로 옮겼지만 그 팀도 캠프를 이곳에서 하니까 또다시 오게 됐다) 같은 선수들이 고송을 찾는 시기다.
김매선 씨는 아들 같은 둘을 가끔 집으로 불러 따뜻한 한국 음식도 차려주면서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보니 동민 군이 백차승과 친해졌고 이제는 헤어질 때 눈물을 보이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어쨌든 피닉스의 고송은 피닉스를 찾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김병현 백차승 추신수뿐 아니라 박찬호도 애용한다. 올 봄 캠프를 이곳에서 보낸 박찬호가 어느 날 아내 박리혜 씨와 함께 고송을 찾았다. 또렷한 한국말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볶음류 하나를 시켜서 먹었다고 김매선 씨는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일본에서 자라서 그런지 (박리혜 씨가) 어쩌면 그렇게 싹싹한 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코리안 빅리거들의 식성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모두들 고기를 즐겨 먹지만 체중 관리를 위해서 그런지 양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맛있게, 적당히 먹으면서 찌개류를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식사하러 오는 스타일도 다르다. 지극히 조용한 성격의 BK는 늘 한 켠에서 식사한다. 김매선 씨도 “가깝게 말도 붙이고 하는데 한 1년은 걸렸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물론 “항상 사람에 시달리는 스타니까 편하게 식사하라고 일부러 말을 잘 시키지 않은 탓도 있었다”고 했다. 역시 친해지고 나서는 소탈하고, 따뜻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반면 백차승 같은 경우는 미국 선수들과 잘 몰려 온다고 한다. 일찍부터 미국에 와서 그런지 영어도 가장 잘한다.
덕분에 고송에는 미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사진도 붙어 있다. 커트 실링, 랜디 존슨 같은 다이아몬드백스 우승 멤버들의 모습이다. 박세리의 사진도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프로골퍼들도 애리조나가 전지훈련 장소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질 좋은 미국산 소고기를 한국 특유의 양념과 손질법으로 다스린 갈비살, 등심 같은 종류가 인기가 많다.
고송은 또 2월을 기다린다. 많은 이들이 따뜻한, 천국 같은 날씨의 애리조나 태양 아래로 몰려드는 계절이다. 빅리거들도 있고,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애리조나의 풍부한 먹거리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송의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피닉스=백종인 통신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