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마운드 높이의 위력, 기록이 입증
OSEN 기자
발행 2007.01.24 10: 09

KBO는 지난해 12월 규칙위원회를 열어 2007 시즌부터 공인구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 국제규격과 룰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갈 것을 의결하고, 아울러 마운드의 높이도 기존의 13인치에서 10인치로 하향조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엽적인 부분에 있어 견해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규칙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8개팀 감독들의 공통된 걱정과 반응은 대체로 투수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공인구와 스트라이크 존의 문제는 눈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지만, 물리적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마운드 높이의 하향조정은 투수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마운드 높이 조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1991년으로, 프로야구 출범 이후 쭉 유지되어오던 15인치를 10인치로 대폭 낮춘 것이고, 2000년에 기존 10인치에서 13인치로 상향조정 한 것이 그 두 번째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이나 마운드 높이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프로스포츠가 탄생한 이후엔 흥행이 주된 고려대상으로 바뀌었지만….)
바로 투수와 타자간의 경기력에 있어 무게중심, 즉 균형을 유지시키려는 목적에서다. 대개 투수력이 월등해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마운드 높이는 하향조정한다. 반면 타자들의 득세로 ‘찜뽕스코어’가 난무하면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고 마운드 높이를 올려 투수에게 힘을 실어준다.
1903년 마운드의 높이를 15인치 이하로 제한하면서 최초로 마운드 높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이후, 메이저리그는 1968년까지 마운드 높이를 15인치로 줄곧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투고타저의 현상이 심화되고 경기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등 흥행에 악재로 작용하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나타나자 1969년에 마운드 높이를 10인치로 대폭 낮추어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1인치를 센티미터로 환산하면 2.54cm. 3인치라면 7.62cm다. 어른의 가운데 손가락 길이만큼밖에 안되는 그 높이가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과거 두 차례에 걸친 마운드 높이의 변화가 시즌이 끝나고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는 기록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올해처럼 마운드 높이를 낮추었던 1991년, 투수의 방어율은 전년대비 3.87에서 3.96으로 높아졌고, 경기당 홈런수도 1.2개에서 1.4개로 증가했다. 3할대 타자 역시 7명(1990년)에서 12명으로 늘어났고, 시즌 20홈런 이상을 쳐낸 타자도 3명에서 6명으로 불어났다. 1990~1991년 연속으로 홈런왕에 올랐던 한화 장종훈의 시즌 홈런수도 28개에서 35개로 늘어났다. 경기당 득점이 늘어난 것은 당연….
반면 마운드 높이를 상향조정했던 2000년, 방어율은 4.98에서 4.64로 낮아졌고, 경기당 홈런수도 2.4개에서 2.1개로 줄어들었다. 3할대 타자는 20명(1999년)에서 15명으로 줄었고, 시즌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5명(1999년)이나 되던 것이 2000년에는 홈런왕 박경완(당시 현대)의 40개가 최다였을 만큼 그 숫자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꼭 마운드 높이조정 때문이라고 못박아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공료롭게도 1999년 당시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시즌 50홈런 고지에 오르며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 까지 도전했던 이승엽(당시 삼성)의 홈런 수 역시 2000년엔 36개로 대폭 줄어들고 말았다.
과거 이러한 기록들의 크고 작은 변화는 마운드 높이가 경기와 선수들의 개인기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각 팀의 외국인선수 선발 현황을 들여다보면 투수가 압도적으로 많다.‘투수놀음’이라고까지 말하는 야구경기의 특성상, 전력보강에 있어 투수력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16명의 외국인선수 중에서 투수가 11명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년도 우승팀 삼성과 두산, SK는 용병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웠다.
해가 갈수록 점차 비중이 커져가는 야구의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고자 규정과 규칙들을 보완, 개정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 ‘2007년 타고투저(打高投低)’라는 일반적 예상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 그대로 들어맞게 될 지, 올 가을 날아올 투수들의 성적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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