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뉴욕, 김형태 특파원] 9. 11테러로 뉴욕 경기가 가라앉은 지난 2001년 맨해튼 한복판에서 '용감하게' 오픈한 음식점이 있다. 한식, 그것도 한국 고유의 토속적인 맛을 모토로 내세운 곳이다.
맨해튼의 한인타운으로 꼽히는 32가에 위치한 '큰집'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끈다. 점심 또는 저녁 식사 때면 문 앞에 길게 줄을 선 손님들 모습이 우선 이채롭다. 자리가 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 뒤 매운 한국음식을 먹고 가는 손님 상당수는 외국인이다. 줄을 서는 풍경은 미국 여느 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지만 갈비살에 김치찌개를 곁들여 거침없이 먹는 장면은 확실히 눈에 띈다.
"한식이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국 손님이 늘어났다. 광우병 파동 때는 쇠고기를 먹고 싶어도 못먹던 외국인들이 우리 집을 즐겨 찾았다. 갈비에 곁들여진 각종 양념 덕에 병균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알았기 때문이다"고 박혜화 사장은 소개했다.
큰집의 컨셉은 '토속적인 맛'이다. 예전 시골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뉴욕 한복판에서 재현해 보자는 박 사장의 뜻이 강하게 배어 있다. 처음에는 일부 한인만 찾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다. 한식 특유의 맵고 구수한 맛에 '중독'된 손님이 한둘이 아니란다.
뉴욕 중심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고유의 맛 때문에 유명인사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박찬호 서재응 등 메이저리거들은 물론 개그우먼 박경림, 아나운서 노현정 씨 부부 등이 이곳을 정기적으로 찾는다. 박경림은 뉴욕 유학 당시 일주일에 3∼4번은 반드시 이곳을 찾을 정도로 '매니아'였다. 노 씨 부부의 경우 남편인 정대선 씨가 결혼 전부터 이곳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테니스 선수 이형택 역시 US오픈 참가를 위해 뉴욕을 찾을 때면 이곳을 빼놓지 않고 방문한다고 한다.
박찬호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텍사스 시절이던 2005년 양키스타디움 원정경기서 승리한 박찬호가 이곳에서 식사를 하자 갑자기 업소 앞에 손님들이 50m 가량 줄을 섰다. 박찬호의 사인을 받기 위한 인파였다. 수많은 사람 수에 놀란 '진짜' 손님 상당수는 이 때문에 식사를 포기해야 했다고. 식당 입장에선 손님은 많은데 정작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곳의 음식 중 고기류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쇠고기가 원료다. 특히 자신있게 추천하는 갈비류는 최고급 재질인 블랙 앵거스로 제공한다고 박 사장은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 쇠고기 파동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답변.
"미국 쇠고기가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이곳 미국에선 아무 문제 없이 먹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인식당 고기를 먹고 탈 났다는 손님이 없다는 게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겠지요. 고기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조리해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마디로 '기우'라는 것이다.
생갈비와 당면을 함께 넣어 데워 먹는 옛날 불고기가 대표 음식이다. 서재응은 갈비류, 박찬호는 흑돼지 삼겹살을 주로 찾는다. 갈비는 감칠 맛이 나고 불고기에선 90년대 이전 한국에서나 먹던 추억의 맛이 베어 있다. 고기류 외에도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순두부 등이 인기 메뉴로 꼽힌다.
"어떤 손님이든 우리 식당을 찾는 분이라면 누구나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손님과 주인의 관계 보다는 '큰집'에 모인 한 식구처럼 부담없이 옛날 음식을 즐기는 곳으로 만들자는 게 제 가치관입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이모님'이 더 어울리는 박 사장은 뉴욕에서 한국음식이 그리운 사람들에겐 언제든지 푸짐하게 대접할 준비가 돼 있다. 한 번 찾은 손님이라면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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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화 사장이 한국인 빅리거 등 뉴욕 맨하탄의 '큰집'을 찾았던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가르키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뉴욕=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
큰집이 자랑하는 메뉴인 불고기. /뉴욕=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
큰집은 미국인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미국인 고객들이 비빔밥 등 토속 한식을 즐겁게 먹고 있다./뉴욕=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큰집. /뉴욕=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