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 맛집 기행]⑪피닉스 서울정, '이치로도 우리 집 매니아'
OSEN 기자
발행 2007.01.30 18: 59

[OSEN=피닉스, 백종인 통신원]애리조나에 있는 한식당 중에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을 꼽으라면 아마 일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애리조나의 야구 캠프가 한국과 멀어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같은 팀들이 1월과 2월을 이곳에서 난 적이 있었다. 그때 구단들이 주로 단체 식사를 해결했던 곳이 바로 이다.
굳이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도 그랬다.
LA와 샌디에이고에서 펼쳐진 본선을 앞두고 우리 드림팀이 애리조나에서 일주일간 현지 적응 훈련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도 서울정은 대표팀의 공식 지정 식당이었다.
비단 우리 대표 팀뿐만 아니었다. 시간 차이를 두고 일본 대표팀도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독특하게도 일식이 아닌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박요한 씨는 “그때 일본 선수단 일행이 모두 60명 정도 됐다”면서 “이 사람들 (먹는) 양이 한국 사람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보통은 운동 선수라고 해도 단체 손님의 경우 박 사장이 신경 써서 푸짐하게 상을 차려주기 때문에 대개 1인분을 넘게 먹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은 60명이 한 번에 약 100인분에서 120인분 정도를 해치웠다고 한다.
특히 이들이 즐기는 메뉴는 소고기로 갈비, 혀를 많이 찾았고 육회도 불티나게 팔렸다는 얘기. 일본 사람들은 보통 ‘마바시’라는 말고기회를 고급 요리로 치지만 소고기를 날로 먹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일본 팀은 서울정 육회를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의외의 사실은 이것뿐이 아니다. 기린 아사히 등 자기네 브랜드 맥주는 모두 놔두고(일본 사람들은 반주로 맥주를 무척 즐긴다) 꼭 O, H 등 한국산 맥주만 찾는다는 것이다,
일본 대표팀이 왜 일본 식당들을 놔두고 한국 식당 을 찾았을까. 아마도 당시 대표팀의 핵심 멤버였던 스즈키 이치로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치로는 서울정의 단골 손님이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피닉스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때문에 이치로는 매년 피닉스에서 한 달 이상 머물다 간다. 그때마다 을 즐겨찾는다. 좋아하는 메뉴는 갈비와 산채비빔밥. 특이하게도 비빔밥에 밥은 넣지 않고 나물과 야채만 넣고(물론 양념장은 들어간다) 슥슥 비벼서 먹는다.
처음 이치로가 식당에 왔을 때는 따로 병풍을 치고 밥을 먹었다. 구석 자리에 일행과 앉아 칸막이 두르듯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도록 해 놓고서야 주문을 했다니 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사인 부탁을 해도 까다롭게 굴기로 유명하다.
반면 한 팀에서 뛰던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는 정반대라고 한다. 호탕한 성격에 술도 잘 먹고 웨이트리스나 손님들 사인 부탁에도 언제나 웃으며 응했다고 한다. 물론 먹는 고기의 양도 이치로 보다 훨씬 많았고.
이치로나 사사키가 서울정 단골이었으니 한국 선수들은 이곳을 얼마나 자주 찾았을까 하는 것은 ‘두 말 하면 숨가쁜(이종범이 즐겨 쓰는 표현법이다)’ 얘기다.
사장 박 씨의 말대로 박찬호는 정말 먹성이 좋다. 많이 먹는다는 뜻이 아니고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한 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식사를 한단다. 역시 갈비와 된장찌개를 좋아하면서 마지막에는 누룽지를 찾는다.
이 집 갈비의 특징은 미리 양념을 재워놓고 숙성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조리를 한다. LA 우래옥에서 4년간 일하며 익힌 이 조리법에 대해 박 사장은 “특유의 조리법을 잘 알아야 하고, 고기가 싱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애리조나 출신(?)인 김병현의 경우는 더욱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단골이다. 박 사장의 셋째 아들 박민수 씨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BK가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뛰던 시절. 밤 10시가 넘어 늦게 경기가 끝나면 밥 먹을 곳이 없는 BK를 위해 박민수 씨는 언제나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려줬다.
박요한 사장이 “지난 번 WBC 때도 BK가 벤츠 스포츠카를 직접 몰고 와서는 우리 집 차고에 차를 며칠 동안 세워놓고 선수단과 함께 움직였다”고 전할 정도로 BK와는 친근한 사이다.
서울정 비장의 메뉴인 양념갈비를 만들고 있는 박요한 사장.
서울정 전경.
각종 언론 매체에 소개된 서울정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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