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23일, 삼성과 쌍방울의 대구구장 경기(DH1차전)에서 일어났던 그 유명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착각사건’은 한국프로야구사 최대의 해프닝으로 기억될 만한 사건이었다. 복습하는 셈치고 당시 상황을 되돌려보자. 1-4로 뒤진 쌍방울의 9회초 마지막 공격. 상황은 2사 1, 2루였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의 원바운드 된 볼을 장재중이 헛스윙하자 주심은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인정, 경기종료를 선언했고 포수 김영진도 경기가 끝난 것으로 착각, 공을 관중석에 던져버렸다. 타자였던 장재중 역시 삼진으로 알고 타석에서 물러나던 순간, 쌍방울의 김성근 감독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었고, 방금 장재중의 헛스윙은 경기규칙상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에 해당된다고 주심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면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쪽으로 돌아오려던 장재중은 김성근 감독의 지시를 듣고 황급히 1루로 뛰어나갔고, 그 후 김성근 감독의 집요한 어필이 결국 먹혀들어 종료 선언은 없었던 일이 된 채 경기를 재개해야 했던 사건이었다.(재개된 경기에서 쌍방울이 기어코 역전 점수를 뽑아내 6-4로 승리했다) 당시 해프닝의 정점에 있던 삼성의 포수 김영진은 2001년 한화에서의 선수생활을 끝으로 은퇴했고, 그날 경기의 주심이었던 김동앙 심판도 사건이 일어났던 1997년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야구 관계자나 팬들은 물론 당시 악몽 같은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흐린 기억 속의 일로 남아있을 뿐이다. 정녕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로부터 10년 후, 필자의 기억에서도 멀어졌다 싶었던 이 희대의 해프닝이, 지난 2월 중순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메이저리그의 규칙변경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MLB) 규칙위원회가 2월 18일 발표한 규칙변경 사항 중에는 낫아웃 관련 조항이 하나 들어있는데 다음과 같다. ‘낫아웃 상태에서 타자가 처음부터 1루로 향하려는 의도를 지니지 않은 채 홈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dirt circle)을 벗어날 경우, 자동아웃으로 인정한다.’ 이전까지는 야구규칙 6.09(b)항에 의거, 타자가 덕아웃(계단포함)에 발을 들여놓기 전이면 뒤늦게라도 다시 1루를 향해 뛰어갈 수가 있었다. MLB가 위와 같이 결정한 규칙 변경의 이유를 유추해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낫아웃 오판이 만들어 낸 해프닝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막아보자는 것이다. 즉 모두가 다 삼진으로 알고 상황이 종료된 상태에서, 뒤늦게 아웃된(?) 타자가 1루로 뛰어나감으로써 엉망진창의 심각한 상황으로 꼬이게 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크고 작은 해프닝들이 물론 프로야구 역사의 양념 구실을 충실히 해내고는 있지만, 그 정도가 도를 넘어 재미가 아니라 책임을 묻고 감내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메이저리그에서 낫아웃 인정시효의 범위를 타자주위의 원안으로 제한한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규칙변경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 규칙이 우리나라에도 향후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지만, 엉뚱한 양(?)이 희생의 제물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김영진이 원바운드 된 공을 잡아 타자를 확인사살(?)하지 않은 채, 관중석에 그대로 던져버린 것은 분명 경솔한 행동이었지만, 주변 정황이 모두 삼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일으킨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모든 책임을 김영진에게만 덮어씌울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미국에서 발의하고 결정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관련 규칙이 ‘좀더 예전에 만들어졌더라면 김영진의 낫아웃 착각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때맞지 않은 미련이 남아 하는 말이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1998년 올스타전 동-서군 감독으로 선임된 김성근 쌍방울 감독이 김응룡 감독과 선전을 다짐하는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