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정재훈, 사상 첫 블론 세이브 기록
OSEN 기자
발행 2007.04.10 12: 14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의 구원투수 기록집계는 홀드와 세이브의 숫자를 모으는 것이 전부였다. 구원승도 있기는 하지만 구원승과 세이브를 합친 ‘세이브포인트’라는 개념의 구원포인트가 지난 2003년을 끝으로 사라지면서, 구원승에 대한 기록활용도는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한편 메이저리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세이브 숫자의 합산에만 그치지 않고, 주어진 세이브 기회(SVO)에서 구원투수가 얼마나 실패하지 않고 세이브에 성공했는지를 공식적으로 따로 집계하고 있는데, 마무리 투수의 질적인 영양가를 알아보는 자료로 아주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에 착안한 한국프로야구도 ‘블론 세이브’(BS:Blown Save)를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시범경기를 통해 시험적으로 적용, 문제가 될 만한 사항들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올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공식적으로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한 상태다. 이 블론 세이브 집계의 공식적인 시행은 각 팀 주전 마무리 투수들의 세이브 성공률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이 규정의 급부상은 작년에 벌어졌던 현상에 기인한다. 지난 시즌(2006) 중반, 오승환(삼성), 구대성(한화) 등을 비롯한 각 팀 마무리 전담투수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팀을 패전으로 몰아넣는 일이 발생하자 희미하던 블론 세이브에 대한 관심이 살아났다. 이를 구체적인 통계로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올 시즌 또 하나의 기록 집계부문이 추가되기에 이른 것이다. 2007 시즌이 개막되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첫날부터 블론 세이브가 속출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각 팀의 주전 마무리로 손꼽히는 투수들 중에서 가장 실질적이고도 명실상부한(?) 블론 세이브로 먼저 기록된 투수는 정재훈(두산)이었다. 일명 한국프로야구의 사실상 1호 블론 세이브. 두산은 삼성과의 대구 원정경기 개막전에서 9회 초 김동주의 3점홈런으로 7-4로 멀리 달아나 기분좋은 개막 첫 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정재훈을 9회 말에 바로 투입했는데, 뜻밖에도 정재훈이 등판하자마자 연속 3안타(1볼넷 포함)를 맞으며 허망하게 3실점, 경기를 7-7 원점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이후 연장에서 결국 7-8로 패배. 하지만 시간적으로만 놓고 봐선 정재훈보다 삼성의 중간계투 담당인 권혁이 블론 세이브를 먼저 기록했다.권혁은 8회 초 삼성이 4-3으로 앞선 주자 1, 3루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두산의 홍성흔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 4-4 동점이 되는 바람에 블론 세이브로 기록된 것이다. 순서상으론 이것이 공식 1호 블론 세이브다. 하지만 세이브 전문 투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뒤로 잠시 밀어놓았다. 그러면 블론 세이브가 기록되는 상황은 언제인가? 간단하게 규정을 요약해보면….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투수가 자신이 투구하고 있는 동안,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이나 역전점수를 허용했을 경우, 블론 세이브가 기록된다. 이 규정에는 몇 가지 제약조건이 있다. 1) 7회부터 등판하는 구원투수에 한하여 적용한다. 경기 초반이나 중반에 등판하는 투수는 마무리를 뜻하는 세이브적인 성격이 짙지 않다는 점 때문에 블론 세이브 적용에서는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2) 등판 당시 남은 이닝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등판 당시를 기준으로 세이브를 획득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잔여 투구이닝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3-0, 1사 주자 없는 리드상황에서 등판했다면 설령 경기가 동점이 되었다고 해도 블론 세이브는 기록되지 않는다. 세이브를 얻기 위해선 최소한의 투구이닝에 해당되는 1이닝이 필요한데, 경기 종료시까지 남은 이닝이 ⅔이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블론 세이브와 함께 구원투수를 점수로 환산해 평가하는 ‘롤레이즈 포인트’라는 것이 있는데, 이 점수를 근거로 롤레이즈 구원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세이브는 3점(터프 세이브는 4점), 구원승은 2점, 블론 세이브와 구원패는 -2점으로 계산해 1년간 총 누적점수를 기준으로 최우수 구원투수상을 선정하는 것이다. 특히 내셔널리그의 작년 롤레이즈 구원상 수상자인 트레버 호프먼(39. 샌디에이고)은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세이브(2006년 기준, 482세이브-56블론 세이브)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투수인데, 호프먼의 통산 세이브 성공률이 작년까지 거의 90%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이는 20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공률이다. 올 시즌 종료 후, 각 팀 마무리전문 투수들의 손에 쥐어질 성적표에는 각각 몇 개씩의 블론 세이브가 얹어질 지…. 블론 세이브의 증가가 곧 팀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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