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굴곡 많은 박현승의 연속경기 안타
OSEN 기자
발행 2007.06.19 11: 34

올해로 프로생활 13년째를 맞고 있는 롯데의 박현승이 시즌 타율 3할을 기록해 본 것은 1997년 딱 한차례. 그것도 3할1리 (0.301)로 턱걸이 하다시피 간신히 선을 넘었던 기억이 전부였던 그가, 올 시즌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팀내 리딩히터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분전에 분전을 거듭하고 있다. 6월19일 현재의 타율(.369)만 놓고 볼 때는 리그 타격왕에도 충분히 도전장을 내밀어 볼 만한 상황이다. 지난 5월 뜻밖의 부상을 당해 한달 이상 결장한 관계로 규정타석(경기수 x 3.1)에 60타석 이상이 모자란 상태지만, 남은 경기의 출장여부와 성적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아직 반환점(63경기)을 돌기 직전이라 이른 감이 있는 얘기고, 박현승이 정작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연속경기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것도 사연 많은…. 4월 11일 이후, 22연속 경기안타를 기록하며 쾌속 질주하던 박현승에게 급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 5월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 1회말 첫 타석에서 안지만의 투구에 맞아 오른 손목에 금이 가고 말았던 것이다. 통증을 참고 1루까지 걸어나갔지만 어쩔 수 없이 대주자 정보명으로 교체되었는데, 박현승의 연속경기 안타는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박현승의 연속경기안타는 살아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연속경기안타 기록은 경기의 모든 타석이 4사구, 타격방해, 주루방해, 희생번트만으로 끝났을 경우에는 중단되지 않기 때문(야구규칙10.24)이다. (단, 희생플라이가 끼어들었을 경우에는 연속경기안타 기록은 중단된다) 이날 박현승의 기록은 ‘사구’(死球:HP) 하나가 전부였기에 이 규칙에 따라 기록행진이 중단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한달 남짓 지난 6월 12일, 복귀전인 잠실 두산전에서 박현승은 다시 안타를 기록하며 연속안타 경기수를 ‘23’으로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부친상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귀전을 치르자마자 다음날인 13일부터 15일 대전 한화전까지 박현승은 또 다시 3일간 결장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의 개인 연속경기안타 기록은 출장여부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었다. 선수개인의 연속경기 기록(연속경기출장 기록은 제외)은 팀이 치른 경기와 상관없이 당사자가 출장한 경기만으로 기준을 삼기 때문이다. 만일 연속경기출장 기록에 도전 중이었다면 박현승은 부상을 당하거나, 상(喪)을 당해 다음날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는 순간, 기록은 중단되게 된다. 학창시절 개근상처럼 그냥 매일매일 경기에만 나오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연속경기출장 기록이 사실은 얼마나 이어나가기 힘든 기록인지를 박현승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아무튼 부친상을 치르자마자 서둘러 복귀한 박현승은 16, 17일 대전서 계속된 한화와의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작성해내며 연속경기안타 기록을 ‘25’까지 연장시키는데 다시 한번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삼성 박종호(2003~2004년, 39경기), 롯데 박정태(1999년, 31경기), 쌍방울 김기태(1997년, 26경기)에 이어 LG 이병규(2004년, 25경기)와 함께 역대 공동 4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한편 박현승은 지난 4월엔 커다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11~26일 사이에 14연속경기 득점 신기록(종전 12경기)을 세우기도 했었다. 팀의 고참으로서 후배들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말없는 투혼을 연일 보여주고 있는 그가 그 동안 롯데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 박정태가 8년 전 세웠던 팀내 최고기록 ‘31경기 연속안타’ 기록의 그늘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것인지…. “개인적인 욕심은 없고 부상없이 뛰는 것과 롯데가 4강에 오르는 것이 올 시즌 목표입니다”라며 시즌 전 포부를 밝혔던 박현승에게 남은 목표는 이제 하나뿐이다. 1999년 이후 역시 8년만의 ‘롯데 가을야구’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인 ‘승률 5할’을 향한 뜨거운 롯데의 몸부림이 박현승의 어깨에 의지하는 바가 아주 큰 요즘이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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