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뇰 귀네슈 감독은 지난 27일 삼성 하우젠컵 2007 결승전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이로 인해 오는 7월 자신의 큰 딸인 셈라의 결혼식에 하우젠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려던 꿈도 산산 조각 나버렸습니다. 우승컵 대신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인 원앙새 공예품을 들고 가게 되었습니다. 귀네슈 감독으로서는 우승컵을 들고 금의환향할 기회를 연말로 미루게 된 것이죠. 물론 그 경쟁률도 만만치는 않지만요. 결승전을 취재하면서 귀네슈 감독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선발 라인업을 손에 쥐었을 때부터입니다. 귀네슈 감독은 언제나 써오던 4-4-2 포메이션이 아닌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스리백을 쓴다고 해서 나쁜 것은 없지만 문제는 올 시즌 서울의 스리백은 낯설죠. 앞선 24번의 경기 중 스리백을 들고 나온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할 만큼 귀네슈 감독은 4-4-2를 선호해왔습니다. 기본적인 4-4-2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 귀네슈 감독의 전술적인 흐름이었습니다. 귀네슈 감독이 스리백을 처음 들고나온 지난 16일 컵대회였습니다. 당시 귀네슈 감독은 이정열과 김치곤, 곽태휘를 중앙 수비수로 세웠습니다. 이 중 이정열이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를 오갔습니다. 이 덕분에 서울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형태로 나섰죠. 하지만 이런 모습은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은 인천에게 연속골을 내주었고 결국 후반 들어 포백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죠. 이렇게 실패한 전술을 귀네슈 감독은 다시 들고 나온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결국은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죠. 이날 결승전에 나선 서울의 선발 11명 중 단 3명만이 시즌 초반의 주전 선수들이었습니다. 나머지 주전 멤버들은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귀네슈 감독은 울산의 막강 허리라인을 공략하면서 그와 동시에 양동현, 정경호라는 국내 최고 수준의 투톱 라인을 막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현재 서울의 선수 구성으로는 일대일에서 밀린다고 판단한 귀네슈 감독은 허리와 수비에 숫자를 늘릴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결국 3-5-2라는 악수를 두게 된 것입니다. 3-5-2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더욱 족쇄를 채운 것은 전반 4분 만에 터진 양동현의 득점이었습니다. 이종민이 올려준 전진 패스를 양동현이 잡는 순간 서울 수비라인의 조직력은 와르르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급조한 수비라인이다보니 이음새가 헐거워진 것이죠. 경기 시작하자마자 골을 넣은 울산은 특유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들어갔습니다. 서울은 부랴부랴 울산의 수비라인을 뚫기 위해 노력했지만 3-5-2로서는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울산의 수비력은 리그 최고급이기 때문이죠. 결국 전반 말미에 서울은 4-4-2로 바꾸었고 박동혁의 핸드볼 파울로 한 골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축구에 있어서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결국 후반 초반 박동혁에게 헤딩골을 얻어맞은 서울은 공격수들을 총투입했지만 더 이상의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경기 후 귀네슈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었지만 경험 부족이 아쉽다" 며 패인을 선수들의 경험 부족에서 찾았습니다. 만약 부상 선수들이 없었고 대표팀 차출이 없었던 상태라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물론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만약'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컵대회에서 승승장구했던 서울로서는 아쉬운 한 판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선수들만 온전했다면 3-5-2 라는 악수를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OSEN 스포츠취재팀 기자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