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일요일 경기를 끝으로 2007 프로야구 전반기가 마감되었다.
필자는 이날 LG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시즌 13차전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으로 향했다. 15일은 KBO가 지정한 서머리그의 첫 날이기도 하다. 약 한달간 팀당 23게임에 해당하는 경기의 승률을 따져 정규레이스 안에서 우승팀을 가리는 새로운 제도를 선보인것이다.
하위 팀에 동기부여를 해주며 더위 속에서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또 하나의 관심꺼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거기에 서머리그 우승팀까지 우승팀이 너무 난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서지만 일단은 초대 서머리그의 우승 트로피의 향방이 궁금해 지기도 한다.
선수들로서는 서머리그 시작보다는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4위의 LG나 최하위 기아나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이기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전날 기아는 2개월 만에 복귀 한 이대진이 선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팀 LG 전 8연패의 사슬을 끊어 주었고 돌아온 최희섭의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9- 3 대승을 거둬 다음날인 일요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승과 연패를 끊은 까닭이었을까, 기아 덕아웃은 여유가 느껴졌다.
“(김)민기 형이랑 (조)인성이 형이 얘기 좀 하자고 해서 잡혀 있었어요. 오랜만에 만났고 또 민기 형은 학교 선배고 해서요 농담도 하고,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기아의 마스코트 이용규는 잠시 사라졌던 이유를 친절히 설명하며 덕아웃쪽 의자로 필자를 안내했다. 2007 프로야구 가이드 북에 분명 이용규 선수의 프로필에는 키 175cm로 표기 되어 있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야구선수치고 꽤나 아담하다.
“서머리그요? 선수들에게 좀더 열심히 하라는 거 같은데요. 우리 팀이 원체 성적이 안좋아서요. 승률을 높여야 하는 건 서머리그와 관계없이 당연한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크게 연연해 하진 않고 있습니다.”
“승부가 재미있어지고 치열해지다 보면 관중들이 더 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예상치 못하게 우리 기아가 최하위로 쳐졌지만요. 지금 분위기는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우리 팀의 관건은 연승을 못한다는 점인데요. 분위기를 타다 보면….”
최희섭의 재합류와 팀의 에이스 이대진의 가세 등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후반기에는 연승을 많이 하는 팀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반기를 마친 81경기 가운데 KIA의 승수는 31승. 그가운데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3연승이 딱 한번 있었고 연승은 4월 3회, 5월 한번, 6월 3번, 그리고 이번 잠실 14, 15일 연승이 7월 들어 처음이다.
승률이 3할8푼8리인 이유가 고스란히 결과로 나와 있다. 그래서 전반기를 2연승으로 마감한다는 건 의미가 있다.
“야구는 알 수 없잖아요. 연승만 이어간다면 알수 없는 거죠.”
7위 롯데와의 게임차는 6.5. 하지만 벌써 포기는 할 수 없다.
“팀이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으면 등판할 기회가 없잖아요. 자주 나가고 싶은데….”
전날의 대승 덕택에 출전 기회가 사라진 한기주는 첫 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7월 들어 열흘 동안 1승 3세이브를 챙긴 한기주는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선발로 나서는 게 훨씬 편하죠. 중간이나 마무리는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저 같은 경우는 4, 5일에 한번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자주 등판하고 싶은데 말이죠. 올해 목표요? 30세이브 입니다.”
“서머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후반기에 반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년 전의 어눌한 말투와 부담스러워하던 새내기의 풋풋함은 어디론가 날려버린 채 당찬 포부를 밝혀 주위의 프론트를 웃게 만들었다.
이날 기아는 4-2로 방문경기 2연승을 기록했고 마무리로 나선 한기주는 자신의 목표를 쌓는 18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팀의 31승 가운데 18승을 지켜낸 한기주는‘2년차 징크스가 무엇입니까’를 물으며 기아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항시 대기중이다.
매년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늘 하는 내기가 있다. ‘어느 팀이 최하위 일까’가 그것이다. 올 시즌 꼴찌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기아선수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서머리그 우승을 기반으로 반전을 기대하라며 개봉박두를 목청 터져라 외치고 있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