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스위치 타자가 스위치 투수를 만났을 때
OSEN 기자
발행 2007.07.25 15: 30

메이저리그에서는 얼마 전 뉴욕 양키스가 비교적 후순위지만 45라운드에서 팻 벤디트(Pat Venditte. 22)라는 스위치 투수를 지명한 일이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스위치 타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스위치 투수는 전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소식은 상당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어쩌면 한국프로야구에도 몇 년 후면 사상 처음으로 스위치 투수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휘문고 1학년에 재학중인 장영빈(16)이라는 선수가 양손을 사용해 투구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선수에 대한 관심은 곧바로 두 배로 증폭되었는데, 1980~1990년대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에서 기교파 투수로 대활약했던 장호연(통산 109승)이 바로 이 선수의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장영빈은 원래 우완이었는데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습관을 들인 결과, 지금은 양손투구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직구 스피드만 놓고 볼 때 양손의 구속 차이는 시속 10km 정도. 중학교 때는 7이닝을 던지며 왼손으로 3이닝, 오른손으로 4이닝을 던진 이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스위치 투구를 한 선수가 없었을까?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스위치 투구를 했던 선수는 1882년 루이빌 커늘즈의 토니 뮬레인(Tony Mullane)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884년에는 래리 코커란이 4이닝 동안 스위치 투구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1900년대 이후 스위치 피칭을 한 선수의 기록은 1995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그렉 해리스(Greg Harris)가 유일하다. 당시 39세였던 그렉 해리스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7-9로 뒤지고 있던 9회초에 구원등판해 스위치투구를 선 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하며 2명에게는 오른손으로, 또 다른 2명에게는 왼손으로 상대했는데,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당시 그렉 해리스는 손가락이 6개짜리인 글러브를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양손 글러브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두 번째 손가락을 끼는 방향에 따라 공을 잡는 부분인 웹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팻 벤디트의 자료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글러브 양쪽 끝이 모두 엄지 손가락을 끼울 수 있게 만든 글러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사실을 보기 전에는 오른손용과 왼손용 글러브를 그때 그때 교환해가면서 스위치 투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글러브에 얽힌 궁금증 하나는 이렇게 해서 쉽게 풀렸는데 또 다른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위치 투수가 타자를 상대할 때 동일타자에게 양손을 사용해 투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스위치 타자는 투수를 상대할 때 매번 투구 때마다 타석을 바꿔서 들어갈 수 있다. 단지 타석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제약이 있다면,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간 이후에는 반대 타석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 정도다. (이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인한 아웃으로 선언된다) 그러면 스위치 투수도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투구 때마다 매번 이손 저손을 번갈아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꺼내봤는데, 심판원들의 생각도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런 방법으로 투구를 한다 해도 ‘제지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괜찮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가진 쪽과 타자를 기만할 의도가 숨어있다고 봐서 동일타자에게는 양손투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었다. 현재 야구규칙에는 스위치 투수의 투구방법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내규로 정해야 하는 문제로 남는다.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할 때, 동일타자에게는 양손투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좀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굳이 왼손 타자에게 오른손으로, 오른손 타자에게 왼손으로 투구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달 전쯤, 지인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스위치 타자가 스위치 투수를 만났을 때, 서로 유리한 처지에 서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투수가 왼손에 글러브를 끼면(오른손 투구) 타자가 왼쪽 타석으로 옮기고, 반대로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면(왼손 투구) 타자가 오른쪽 타석으로 이동하려고 신경전을 펼친다는 얘기다. 주심이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긴 하겠지만, 동일타자에 대한 투구방법을 한 손으로 제한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아직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구경한 적도 없고, 당장 눈 앞에 벌어질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혹시 모를 그 언젠가를 위해선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 대표적인 스위치 타자인 LG 이종렬이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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