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경쟁의 현장 2007년 8월 16일 야구를 하는 고교 대학 졸업 예정 선수라면 머리 속에 너무도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는 특별한 날이다. 2008 프로야구 신인 2차지명회의 , 1차지명이 단 한 명으로 축소되면서 선수 입장에서는 매년 이 즈음에 열리는 2차지명이 10년 가까이 쏟아부었던 노력의 결과가 정해지는 일종의 최종 심판대에 오르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구단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 소리도 있고 혹은 의외의 결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올해 고교 졸업예정자 545명 대학 졸업 예정자 246명 그리고 상무 경찰과 기타 선수 3명을 포함 총 794명이 대상자였다. 하지만 결과는 55명만이 프로유니폼을 입게 되었다(계약이 완료되어야 진정한 프로입단 선수긴 해도 일단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경쟁을 뚫고 지명된 선수들로서는 심하게 말하면 로또 만큼 운 좋은, 혹은 실력을 인정 받은 선수들인 셈이다. 794명 중 55명. 약 7%도 채 되지 않는 살벌하고 피를 말리는 경쟁률이 아닌가?. 올해는 특히나 대학졸업 예정자들이 득세를 했다. 55명 가운데 24명 무려 44%가 대학선수들이다. 한 해는 대학선수, 한 해는 고졸선수가 눈에 띈다는 한화 이글스의 임주택 스카우트는 4년 전 프로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이 이제야 그 실력을 인정 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가 ‘프로 가는 것 ’이었던 선수들이 4년간의 대학시절은 시간 낭비라고 여겼던 한동안의 분위기에서 반전된 양상을 보인 것이다. 기왕 야구를 하려면 일찍 프로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성공과 FA 대박의 지름길로 여겼지만 이번 대학졸업 예정 선수들의 약진으로 대학으로 향한 선수들로서는 가능성을 안겨 준 셈이다.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몸은 훈련장에 마음은 지명장에 2007년 8월 16일 오전 10시. 오는 8월 25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제7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18명은 동대문 운동장에 모였다. 그리고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1주일 간의 합숙 훈련 장소인 건국대 이천 캠퍼스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12시 목적지 도착 점심식사 후 대회기간 동안 입고 뛸 유니폼과 장비 등을 배급받았다. 한동안 머물 숙소로 짐을 옮기고 짐 정리를 한창 하고 있을 무렵 서초구 양재동 교육 문화회관 3층 가야금홀에서는 자신, 혹은 친한 동료 친구의 이름이 불리워 지고 있었다. 경남고의 이종운 감독이 이번 대표팀을 맡아 우승을 노리고 있는 청소년 대표팀에는 이미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들도 포진돼 있었다. 진야곱(18 성남고) 우동균(18 상원고) 전태현(18 군산상고) 장성우(17 경남고)등이다. 18명의 엔트리에 1차에 뽑힌 선수는 5명 2학년 선수가 2명, 나머지 11명은 몸은 대표팀에 있었지만 마음은 딴 곳에 가있다. 한창 진행중인 지명회의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휴대폰이 있기에 이름이 불리워진 선수들의 휴대폰은 끊이지 않고 울렸다. 삼성의 2차 1번으로 지명된 김경모(18 장충고)는 그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자를 받고 믿어지지 않았어요. 확인 전화를 하며 아이들이 온통 신경이 그쪽에 쏠렸죠, 시간이 좀 지나니까 축하 전화가 계속 오는 거에요. 그런데 운동을 해야 할 시간이라 휴대폰 놓고 운동장으로 향했죠 ”. 프로 구단의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 놓았던 김경모의 경우는 기대도 컸고 또 결과도 만족스럽다며 삼성이 자신의 소속팀이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부모님은 제발 몸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로 축하를 대신했다고 한다. 오후 4시부터 훈련이 시작되었고 6시가 조금 넘어 끝났고 각자의 휴대폰에는 무수히 많은 문자 세례와 부재중 통화 수자가 찍혀 있었다고 한다. 2차지명 회의를 끝낸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 차장은 인천고의 김재환을 우선 지명한 후에도 최근 홍성흔의 부상으로 팀 내 포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해 공격형의 가능성을 지닌 광주동성고의 윤도경(18.광주동성고)을 6라운드에서 뽑았다고 밝혔다. 윤도경은 황금사자기 대회가 열리고 있던 당시 대학을 목표로 4년 뒤 프로진출을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계획보다 빨리 프로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두산 베어스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첫 소집 훈련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대표팀에 뽑힌 선수 가운데 지명을 받지 못한 몇 명도 있어 마냥 좋은 기색을 나타낼 수 없어 표정 관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상 프로필에 LG 트윈스 입단이라고 나와있던 최원제(18.장충고)는 결국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가장 먼저 지명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자신이 좋아했던 팀으로 가게 되서 기쁘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않았다. 포지션이 정확히 투수냐 타자냐에 대한 물음에는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며 둘 다 자신있단다. 선동렬 감독이 오승환 투수와 비교를 했다는 이야기에는 반색을 하며 기뻐했는데 몇 번째 지명을 받는 게 중요 한 게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대표팀의 18명은 처음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라를 위해 뛰게 된다. 이 가슴 설레는 일과 자신의 진로가 결정된 8월 16일의 하루는 이들에겐 더없이 길고도 숨막히는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16일 열린 프로야구 2008 신인 2차지명 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