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편파판정에 우는 한국 여자핸드볼, 카자흐를 꺾어라!
OSEN 기자
발행 2007.08.28 15: 56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임영철 감독(효명건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지난 24일 인천공항.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진출을 위한 아시아예선이 열리는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기 위해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 여자 핸드볼 대표팀 16명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임영철 감독은 표정이 굳어 있었다. 홈팀 카자흐스탄은 작년 도하에서 결승에서 만난 신흥 핸드볼 강국이다. 이 나라를 꺾어야 사실상 본선 티켓이 가능하다. 일본도 호락호락한 편은 아니지만 나머지 한나라 카타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경쟁 상대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4개국이 출전하는 아시아 예선 정도야 쉽게 넘지 않을까 생각했던 필자의 예상은 큰 착각이었다. 또 다른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복병은 다름 아닌 중동일색인 심판. 이번 예선전은 그들과의 무혈의 전쟁이다. 아시아 핸드볼연맹(AHF)의 회장은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쿠웨이트 왕자다. 중동계 일색인 세계 핸드볼계에 비해 대한핸드볼협회의 무능력은 시간이 갈 수록 아쉬움만 더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인사 가운데에는 아시아핸드볼연맹에서 부회장이나 집행위원 같은 이른바 ‘힘 있는 자리’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만큼 외교 쪽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방관한 결과가 지금의 노골적인 판정의 골로 치닫게 하고 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그같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비책을 마련했다. 다름아닌 경험과 노련미를 갖춘 선수들 소집이었다. 대부분의 종목이 세대교체를 외치고 있는 추세지만 핸드볼만큼은 과거의 필승카드를 다시 꺼내 든 셈이다. 오성옥(35. 오스트리아 히포방크), 홍정호(33. 일본 오므론), 허순영(32. 덴마크 오르후스), 우선희(29. 루마니아 룰멘툴 브라쇼프), 최임정(26. 덴마크 오르후스), 김차연(26. 오스트리아히포방크) 등 이른바 해외파가 총망라 됐다. 홍정호를 제외하고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투혼의 은메달의 주역들이 다시 뭉쳤다. “감독님이 한번만 도와 달라고 하셨어요. 큰 도움은 되지 못하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나이를 따져 봐도 조금은 봐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시질 않네요. 어린 후배들과 훈련량이 똑같아요.” 맏언니 오성옥은 투덜거리며 이제는 몸이 알아서 스스로 훈련이 어디까지가 한계 인지를 느낀다고 했다. “체력이 아무래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2, 3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거든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며 잘 싸우고 돌아오라고 했단다. 오스트리아에 아이를 떼어 놓고 온 엄마의 심정을 잠시 느끼게 했는데 그래도 대표팀의 본선 진출 도전의 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기쁜 소식을 안고 오겠노라 웃어 보였다. “루마니아에서 왔을 때는 좀 살이 쪘었는데요. 여기서 3주 훈련하고 나서 완전 쏙 빠졌어요. 완전 살인적인 스케줄이에요.” 오후 6시 출국 비행 당일인 24일 오전에도 훈련과 연습 경기를 뛰고 왔다며 말문을 연 우선희는 피곤함을 호소했다. 7월 1일자로 루마니아 실업 팀 계약이 시작되었지만 한 달이 좀 넘어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면서 새로 입단한 팀의 적응도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소감을 물었더니 “나라에서 불러주는 것은 고맙죠. 중요한 대회가 있으면 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안 불러 주면 섭섭하죠! 불러줄 때가 좋은 거잖아요. 사람이 욕심 이란게 있잖아요. 선수로서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참가가 꿈인데요. 열심히 해야죠!”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의 예선이 각 종목마다 치열하게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는 본선 6회 연속 진출을 목표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남자축구를 비롯해 메달 밭으로 여기는 효자 종목까지 각기 다른 날짜와 장소에서 열리지만 결국은 베이징 행이 최종 목표다. 여자 핸드볼!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색깔은 다를 수 있지만 항상 상위권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고 또 보란 듯이 결과물을 안겨 주었다. 비록 어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았는지, 해외파 선수의 합류 이유가 무엇인지,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 대회인지는 몰라도 또 한번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 종목인 핸드볼에서 ‘굿 뉴스’를 전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리의 뇌리에 축적되어 있다. 2006년 12월 13일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인도어 홀. 결승전 상대 카자흐스탄을 29-22, 7점 차로 완파, 아시안 게임 5연패의 위업 달성! 1990년 베이징대회 이후 아시아에서는 줄곧 정상. 1984년 이후 6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 종목. 1988년 서울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연이어 금메달 2연패 달성. 1984년 LA, 1996년 애틀란타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역대 올림픽 본선 6회 진출의 결과는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이것이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의 성적표다. 정녕 자랑할 만한 결과가 아니던가? 믿어 의심치 않을 만 하다. 지난 25일 밤(이하 한국시간)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일본과의 1차전에서 우리나라는 29-30, 한 점차로 분패했다. 전력 면에서는 한 수 위였지만 심판의 애매한 판정과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27일 오후 약체 카타르와의 2차전에서는 45-27, 28점 차의 대승을 거뒀다. 1승1패, 남은 한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과 다름없다. 29일 밤 8시 개최국인 카자흐스탄과의 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편파판정윽 감안한다면 5골 이상 접어준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너무도 잘해 준 여자 핸드볼이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내년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미주까지 각 대륙 예선 2위 4팀과 12월에 있는 세계 선수권대회 등 모두 6장의 티켓이 남아 있다. 기회는 있다. 다만 쉽게 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것이다. 필자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저력을 믿는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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