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일까.
8월 30일부터 동대문야구장에는 ‘2007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8월 23일 봉황대기 결승전.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고교야구대회였고 12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거둔 충암고 선수들의 큰절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야구 메카와의 이별을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아직도 동대문운동장에서는 야구를 한다. 대학야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고 신문사 주최로 열리는 고교야구에 비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수도 비교가 된다.
한 해에 두 번, 대학 팀이 모두 참가하는 춘계, 추계 리그전은 동대문운동장 뿐만 아니라 인천 도원 야구장과 남해 스포츠 파크, 이렇게 세 군데에서 분산 개최 된다. 32개 팀이 참가하는 리그전이기 때문에 한곳에서 치르지 못하고 결승토너먼트가 열리는 9월 15일 이후부터는 동대문운동장에서 펼쳐진다.
고교 시절 프로의 손길을 받지 못한 이들이 선택하는 대학야구란 2년 혹은 4년의 시간을 버는 곳으로 전락해 버려서 프로진출이 좌절되는 경우는 일단 군문제가 코앞에 닥친다.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4학년들의 경우는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을 이후에 열리는 대회에서는 4학년 선수중에는 몇몇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김희련 대한야구협회의 전무이사는 전한다.
“고교야구보다는 한 차원 높은 실력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대학야구인데 현재 상당히 침체기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죠.”
계명대에서 20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김종기 감독은 침체된 이유로 실업 팀이 없기 때문에 진로가 불투명해지면서 선수들이 악착 같은 면이 줄어 들고 대충 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점을 들면서 졸업생들이 진로 문제를 고민하는 것과 병역의 의무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생 가운데 프로팀으로 가게 되는 경우는 팀에서 한두 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사실 암담하죠!”
취업이야 4학년 대졸 예정 학생들과 같은 처지에 서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들이 스스로 말하는 야구만 할 줄 안다는 점은 결국 선택의 한계를 절감해야 하는 벼랑끝에 서게 한다.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기대를 걸었지만 고배를 마신 포수 이지영(22. 경성대 4년)은 스스로 할 줄 아는 건 야구 밖엔 없다고 실토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죠. 어머니가 앉아 있는 것이어서 가장 쉬운 포지션인 줄 알고 시켰죠. 하다 보니까 제 적성에도 맞고, 투수를 지켜주는 포수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4년 내내 그래도 프로 진출을 할 만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 왔는데 결과는 기대와 달라 한동안 허탈했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신고 선수로 들어가야죠. 여기저기 찾아 다니면서 테스트를 받아 볼 작정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야구를 그만 둘 생각은 없습니다. 승부를 봐야죠.”
비단 이지영만의 생각은 아니다. 계명대의 외야수 이종목(22) 역시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고교생들의 실력보다는 대학 선수들의 기량이 훨씬 나아 보이더라구요. 아마도 그래서 이번 신인지명에서 동기들이 많이 지명을 받은 것 같아요.”
대학이라는 곳이 자유스러운 면이 훨씬 더 많아 각자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은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라며 웃었다.
“할 줄 아는 게 야구가 전부인데 여기서 포기 할 순 없죠!”
오늘, 아직도 동대문 야구장에서 경기가 열리고 있지만, 아마야구 판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내려 앉아 있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경성대 이지영, 계명대 이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