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KIA 입단, 3년간 에이스 자리를 지켰던 리오스. 그는 2005년 KIA가 구단 사상 첫 최하위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팀 분위기 쇄신의 희생양으로 이적시장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2005년 7월 10일 내야수 김주호(22)와 함께 두산으로 전격 이적했다. KIA는 리오스를 보낸 대신 싱싱한 어깨의 좌완 전병두(22)를 받았다. 리오스의 성적은 화려했다.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14→10→17)와 3점 대의 평균자책점(3.14→3.82→2.87)을 기록했지만 2005년 전반기에 부진했다. 6승 10패, 평균자책점도 5점 대를 넘었다. 이적의 서운함을 앙갚음이라도 하듯 리오스는 이적 후 진화했다. 당시 1위를 달리던 두산의 팀 분위기에 이내 적응해 나가면서 후반기에 9승 2패를 기록, 부활의 신호를 알렸고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의 일등공신으로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동시에 진정한 두산맨으로 변모했다. 2007년 10월 22일 한국시리즈 1차전. 가장 중요한 단기전의 첫머리에 리오스는 선발로 출격했다. 그는 올 시즌 22승의 다승왕 답게, 한 차원 더 나아가 완벽한 성과물을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안겨주었다. 단 4안타를 내줬을 뿐 실점 없는 완봉승을 거뒀다. 적절한 투구수(99개)도 눈에 띈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리오스의 출전 스케줄에 따라 한국시리즈의 역사가 갈릴 것임은 분명하다. 그의 오른쪽 어깨에 두산과 SK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한창 한국시리즈가 진행중인 가운데 그의 일본 행의 소문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고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일본 여러 구단에서 러브 콜이 빗발치고 있다. 라쿠텐의 관계자가 리오스 영입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선전포고했고 24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은 리오스를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거액의 몸값을 받고 일본 행을 결정 지을 것이며 국내 마운드에서 다니엘 리오스의 투구모습은 이번 한국 시리즈가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25일 왼쪽 엄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은 ‘내년에는 수고 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분발 하겠다’고 부활 의욕을 드러냈다. 일본시리즈 진출 실패를 전적으로 외국인 선수 탓으로 돌린 와타나베 쓰네오 구단 회장 발언에 대한 답변이자 그 스스로에게 고하는 다짐이다. 하지만 이승엽으로서는 이방인에게 쏟아 부은 비난에 대해 무척이나 씁쓸하고 서운했을 것이다. 구단회장의 그같은 발언은 주니치와의 3연전에서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한 이승엽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고의 대가를 치르고 모셔온 만큼의 성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은 선수 본인이 느끼는 씁쓸함 보다 몇 곱절 구단 측이 더했을지 이해가 된다. 4년 계약, 30억 엔의 연봉의 액수에 만족할 만한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사실 올 시즌 그가 이룬 성적표는 초라하다. 타율 2할7푼4리, 30홈런, 74타점. 올 시즌 개막전 홈런 45개, 3할 타율, 또 팀의 보탬이 되는 100타점 이상이 개인목표 라고 밝혔지만 시즌을 마감한 현재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킨 부문이 없다. 팀의 성적의 부진을 특정 선수의 탓으로 돌린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2005년 당시 KIA의 리오스는 전반기 부진함을 보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했고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는 가을 잔치 포스트 시즌을 바라보는 KIA는 올해도 여전히 입맛을 다시고 있을 것이다. 물론 리오스와 이승엽을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걸 필자는 잘 알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소속팀에서는 투타의 중심인 용병이라는 점이다. 요미우리의 일본시리즈 진출 실패를 올 시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시련을 겪은 이승엽의 부진으로 연관시키는 일본 언론과 구단의 평가에 대해 우리 국내 팬들은 화가 나는 대목이지만 분명 일본 내에서는 충분히 나올 법한 이야기다. 만약 자국 스타 플레이어였다면 이 정도였을까? 조금은 기다려 주는 관대함이나 선수를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팬들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만약 리오스가 한국인이었다면? 류현진이나 박명환이었다면? 일본 진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프로세계인 만큼 금전적인 면을 따지거나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에 대한 욕심과 야망에 대해 외국인 선수에게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잘하면 최고지만 못하면 바로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는 용병이라는 이방인에게 우리도 솔직하게 말하면 일본 만큼이나 냉정하다. 리오스의 일본 진출설이 확실해지면서 한국시리즈가 그의 일본 진출의 몸값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먼저 연상 되는 건 왜 일까? 결국 한국프로야구를 일본 행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왜곡된 시각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의 이 옹졸함이 이승엽에 부진에 대해 비난 발언을 서슴지 않은 요미우리의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과 별차이가 없음을 느낀다. 고국에서 야구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실력과는 상관없는 또 다른 벽이 아주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리오스의 활약이 더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