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오전11시.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출전하는 대표팀 소집이 서울 청담동의 리베라 호텔에서 있었다. 올 초부터 엔트리 조율을 해온 대표팀의 선수구성은 총 5번의 변화가 있었다. 선수의 성적과 부상 정도, 그리고 해외파 선수들의 출전여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선수구성이 바뀌었다. 5차 예비 엔트리 명단이 발표된 10월 6일치에 SK는 세 명(이호준, 정근우, 이진영)이 새롭게 대표팀 명단에 올랐고 해외파 포함 모두 33명의 엔트리 속에 국내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여섯 명의 선수가 들어갔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27. SK)은 극적으로 5차 예비 엔트리에 포함 되었다. 1차 예비 엔트리 명단이 발표된 5월 28일 이래 줄곤 그의 이름 석 자가 없었지만 5차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06년에 처음 열린 BC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대회에서의 활약 재현을 기대하는 대표팀의 분위기를 느낄 있는 대목이다. 오전 11시가 훌쩍 넘어 20분 이상이 흐르고 있던 중 연회장 3층으로 급히 뛰어 들어오는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이진영이었다. 잠시 문앞에서 쭈볏거리던 이진영은 문을 살며시 열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고 비공개로 진행된 상견례의 현장을 필자는 살짝 열렸다 닫기는 문 틈새로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공식 합숙 훈련 첫 인 만큼 공지사항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듯 했고 간간이 웃음소리 새어나왔다. 윽고 큰 문이 열리면서 유니폼과 장비 등을 지급 받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서는 선수들이 보였다. 둥근 원형 테이블이 놓여진 연회장에서 아직도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쪽은 투수들이 한자리를 이룬 테이블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박찬호(34. 휴스턴)를 필두로 30대 이상의 송진우 전병호 구대성 류택현 등이 자리를 뜨지 않고 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프로야구 MVP와 신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대호와 오승환 등 몇몇 선수는 이 호텔에서 묵었다고 했다. 집합 이후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공식 훈련일정이 잡힌 만큼 선수들은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이진영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깔끔한 노타이의 정장 차림이었다. 왜 지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인천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차가 좀 막혀 늦었다”며 “시간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혹여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에게 혼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벌금 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보너스로 내겠다”며 웃었다. 솔직히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이진영은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문학구장 1, 2차전에서는 3번 자리를 꿰찼지만 7타수 1안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3차전에서 대타로 한번 등장한 이후 4차전은 아예 나가지 않았고 5차전에서도 대타 한 번, 그리고 마지막 6차전에서는 그라운드가 아닌 덕 아웃에 앉아 있는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우승에 큰 도움은 주지 못했죠?” 필자의 조금은 잔인한 질문에 대해 “네, 제가 안 나가서 우리 팀이 우승을 했다고 봐야죠. 미운 오리새끼 정도가 아니라 완전 악의 근원이였죠, 뭐” 자신을 대신해 활약한 김재현을 상기시키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전했다. “솔직히 감독님에게 서운함을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웃음) 결과적으로 팀이 잘 되었기 때문에 다행이죠. 너무 부진해서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죠!” “이제 국민 우익수로서 대표팀에 복귀한 셈인데 또 한번 한껀 올려야죠”라며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를 전하자 곧 미소를 띄며 “그래야죠. 솔직히 WBC 대회만큼은 잘할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해야죠.” 이날 SK의 여섯 선수(이진영, 박경완, 박재홍, 이호준, 정대현, 정근우)는 8일부터 열리는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를 위해 단체 기념촬영만 한 뒤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긴 여담 끝에 자리에서 일어난 박찬호는 “불펜 피칭으로 대회준비를 개인적으로 해왔다”며 “오랜만에 후배들, 선배님들과 만나 이런 저런 사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이번 예선이 WBC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회”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임무는 크던 작던 상관없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좋은 결과를 이뤄 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혹시 중간계투로 한두 명을 상대 하라는 지시를 받아도 괜찮아요?”라는 질문에 박찬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대표팀으로 뛴다는 건 늘 기대되고 긴장됩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국민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생애 첫 주장의 완장을 차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자신의 소속팀이 아닌 국가를 위해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선수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