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아테네 셔틀콕 銀' 손승모, 챌린지대회 원년 우승 벼른다
OSEN 기자
발행 2007.11.30 16: 42

수원체육관에서는 지난 27일부터 2007 코리아 챌린지 국제배드민턴대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의 국제 대회로는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로 생긴 대회다. 대회가 벌어지는 수원 시내 거리 곳곳에선 대회를 알리는 홍보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체육관 주변에는 대회 장소를 알려주는 게시판도 설치가 되어 있어 찾는 이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창설된 이 대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의 승인을 받아 포인트를 부여하기 때문에 오픈대회에 나설 실력이 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안성마춤이다. 포인트를 기준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출전시키기 위해서는 비록 상금 규모는 오픈대회에 비해 초라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국내 선수 93명이 참가해 한국 배드민턴의 발전에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 챌린저대회는 말 그대로 도전하는 거죠. 어린 유망주들은 경험과 기량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고 또 포인트도 딸 수 있기 때문에 20개 국 2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의 전재원 회장은 앞으로 이 대회의 규모를 늘려 세계 5,6위권에 드는 유명한 국제 대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참가 국내 선수 가운데 나이가 제법 든 선수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강경진(34, 강남구청) 임방언(29, 수원시청) 등. 강력한 우승 후보인 손승모(27, 밀양시청)도 남자 단식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 대회 3일째였던 지난 29일 오후 본선 16강전을 치른 손승모를 만났다. 한때 동갑내기 이현일(27, 김천시청)과 남자 단식의 쌍두마차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182cm의 큰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소감을 묻자 "처음엔 참가를 고민했다"고 답한다. "후배들이 나설 자리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 할수록 우승 욕심이 생긴다"며 국내에서 열린 첫 챌린지대회인 만큼 결승전까지 올라 원년 우승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손승모는 한동안 발바닥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부상이 호전되자 다음엔 슬럼프가 찾아 왔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마지막 게임에 나섰으나 아쉽게 금메달을 코 앞에서 놓쳤다. '우리나라는 참 올림픽 금메달을 좋아하죠?'는 질문에 손승모는 "맞다"며 웃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조금만 더 잘 했으면 금메달인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올림픽 남자단식 은메달리스트였지만 그 후 꽤 긴 시간 슬럼프에서 헤맸고 어느덧 어린 선수들은 그를 넘어 추월했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 남자단식 한국 대표로는 이현일과 박성환(23, 한체대)이 유력하다. 그러나 손승모는 의외로 얼굴에 미소가 묻어 있었고 여유가 풍겨 나왔다.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전까진 참 운동에 대한 강박관념이 컸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배드민턴이 하기 싫어 질 때도 있었어요. 솔직히 올림픽 출전 욕심을 갖고 뛰니까 결과가 나빴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바꿨죠. 그랬더니 더 편해지네요". 6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참가했다는 손승모는 자신의 이번 대회 라이벌로 원광대 1학년인 홍지훈, 한체대 3학년인 이철호 한기훈을 손꼽았다. "어린 선수들이 잘해야 우리 배드민턴이 사는 거죠. 최근에 좀 부진한 듯 보이지만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많거든요. 점점 좋은 성적 낼 겁니다". 장래의 목표가 지도자라고 밝힌 그는 이상형으로 주저 없이 밀양시청의 김영수(45) 감독을 꼽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도해 주신 분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 실업 팀까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김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성장했다는 그는 인성교육을 강조했다며 자신도 뛸 수 있는 한 트레이너와 선수생활을 병행하면서 향후에는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스스로 밝혔듯 불과 5g에 불과한 셔틀콕이 내 맘처럼 되지 않아 고민하며 치유책을 찾던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 줄 생각이다. 실전에서 쓰일 고급 기술만이 지도자로서 전수해 줘야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현란한 기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승모는 최고의 자리를 경험해 봤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싶은 고통도 체험했던 만큼 꿈나무에게 운동 외적인 심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빠른 스피드를 내는 셔틀콕의 순간 속도는 무려 시속 260km에서 330km 정도다. 강한 스매싱을 막아 내거나 네트를 넘기는 '헤어핀' 같은 공격을 받아치는 기술은 하루 이틀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긴 하나 대표급 선수들은 누구나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슬럼프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라든가 '스스로의 마음을 통제하는 법','돌연 찾아오는 자신감 결여 극복방안' 등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결국 스스로가 찾아내 극복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이번 챌린지 국제대회는 12월 1일과 2일 준결승과 결승전이 펼쳐진다. 과연 어떤 선수가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누리게 될지 기대가 된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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