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차재영, 마지막 학생대회 유종의 미를…
OSEN 기자
발행 2007.12.04 17: 03

‘뭔가 보여 줘야 하는데’라는 조급함이 팀을 연패로 빠트렸다. 2007 농구대잔치에 출전한 졸업 예정선수인 차재영(23. 193cm)은 소속팀 고려대의 주장으로서 2연패를 당해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지난 12월 1일 토요일 오후, 성균관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차재영은 ‘남은 경기 다 이기면 된다’는 벼랑 끝에 선 지금으로선 진다는 상상은 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신분으로 뛰는 마지막 대회이니 만큼 멋지게 끝내고 싶다고 했다. 11월 27일부터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11일간 열리는 농구대잔치는 아마농구의 최정상을 가리는 최고의 대회다. 대학팀과 실업팀인 상무까지 참가하는 이 농구대잔치는 한해를 결산하는 마지막 대회로 졸업을 앞둔 4학년 선수들에게는 프로팀의 눈도장을 받을 수있는 기량을 선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출전 하게 된다. “건대가 잘하고 있는 거네요. 요즘엔 어느 팀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나오는 것 같아요.” 차재영은 필자와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진행 되고 있던 중앙대와 건국대의 게임을 지켜보며 건국대 선수들의 투지를 칭찬 했다. 중앙대는 작년 11월 말부터 연승 행진을 달리며 국내 아마농구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허리부상으로 투입되지 않은 강병현(22. 193cm)의 공백이 초반 밀리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관중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붉은 색 유니폼의 고려대 농구부는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고 진지함이 엿보였다. 확실히 충격적인 패배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고연전(연고전) 승리 이후 하강세를 타고 있는 고려대는 농구대잔치 첫 날 동국대에 게임을 내준데 이어 연세대와의 두 번째 경기도 96-100으로 패하면서 2연패를 당했다. 차재영은 팀 전체 선수의 슛이 안들어 간다며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높여 줘야 하는데 그 임무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반성중’이라며 분위기 반전을 주도하겠노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필자에게 의지를 내보였다. 화제를 돌려 하승진의 국내 복귀 소식에 관해 물었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 대회 다녀와서 승진이에게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더니 11월쯤에 미국으로 갈 거라고 하더니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던데요?(웃음) 안 갈 줄 알았어요.” 중학교 친구라는 하승진의 복귀가 모든 졸업생과 팀에도 여파가 크다며 내년 신인 드래프트 순번이 밀릴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신인지명 결전의 ‘그날’을 생각하면 떨리고 부담스럽다며 아예 ‘생각하지 않고 지내려고 한다’고 최근의 심경을 털어 놓았다. 내년 1월 29일 프로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지명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어느 팀이건 상관없다. 가능한 빨리 이름 석자가 불려 나왔으면 좋겠다”고 속을 내비쳤다. “저학년 때는 플레잉 타임이 많지 않았어요. 고학년 되면서 뛸 기회가 생긴거죠.” 명지고 시절 팀을 3관왕으로 이끌며 고려대에 진학해 슈팅 가드와 스몰 포워드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주특기인 내 외곽 빠른 플레이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차재영은 지난 6월 대한농구협회가 제 24회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선수권 대회 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농구 아시아지역 예선을 앞두고 최부영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물론 베스트 멤버를 받쳐 주는 식스맨의 노릇이 전부였지만 선배들의 기량을 가까이에서 지켜 볼 기회였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현 남자농구 국가대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상태다. 사실상 그의 프로 진출은 확정적이다. “가끔 덩크 슛도 하던데요?” 필자의 질문에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운 듯 기회가 오면 하려고 한다며 최근 아마농구에서 자주 나오는 덩크 슛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필자가 관전하던 중앙대-건국대의 경기에서도 중앙대의 윤호영(23. 196cm)과 올해 1학년으로 괴물 센터로 불리우는 오세진(20. 200cm)의 연속 덩크슛 장면도 목격했다. 국내 대학 농구 선수 가운데는 2m 내외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1, 2 학년에도 비록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고공농구를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기량은 다소 미흡해도 장신 선수는 스스로 농구 명문대학을 거부하고 중하위권으로 진학을 정하는 추세인데 그래서 대학농구가 독주태세인 중앙대 말고는 대부분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주전으로 뛰려는 선수는 학교 이름 보고 가지 않고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팀으로 가요. 거기서 실력을 쌓겠다는 거죠. 그래서 대학팀 실력은 백지 한장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열심히 하는 팀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려대는 농구 대잔치 첫 상대였던 동국대와의 경기에서 3쿼터까지 55-66, 무려 16점차로 뒤지며 뒤늦게 마지막 4쿼터에서 역전을 시도했으나 결국 83-73으로 졌다. 팀 성적이 선수를 돋보이게 한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스타라 해도 팀이 패배 한다면 영광의 자리는 상대에게 넘겨줘야 한다. 혼자가 아닌 단체경기에선 ‘나’ 라는 이기적인 사고가 싹틀 조짐이 보이는 순간 이내 팀은 어디라고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삐걱거리는 수순을 밟게 된다. 다행히 이날 고려대는 성균관대 와의 경기에서 87-58 큰 점수 차이로 이기며 1승 2패를 기록해 결선리그 진출의 희망의 끈을 잡게 되었다. 1/N 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팀 경기의 선수들의 인터뷰자리에서 매번 나오는 레퍼토리가 있다. “궂은 일을 찾아 제가 하려고 맘 먹었습니다.” 슛의 주인공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를 견제하는 노릇을 하겠다는 마음 자세를 갖고 나온 선수가 몇 명인가에 따라 승패가 좌우 되는 게 단체종목이고 농구인 것 같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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