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양태영과 왕기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향하여
OSEN 기자
발행 2008.01.10 15: 10

1월 9일 오전 11시 태릉선수촌 승리관. 2008년 국가대표선수 훈련 개시식이 열리기 30분 전 필자는 다급했다.
각 종목 한국의 최고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는 흔치 않다. 식이 시작되기 전 최대한 많은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리스트까지 미리 뽑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과연 어떤 종목의 누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야 할까 한동안 복잡했다.
오전 훈련을 간략하게 끝내거나 생략한 16개 종목의 300여명의 선수들은 하나 둘씩 모였고 가장 먼저 눈에 띤 선수들은 남자 체조팀이었다.
후배들 가운데 쏙 파묻혀 있던 양태영(28. 포스코건설)은 얼마 전 결혼한 이후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결혼 후 처음 만난 듯해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며 “어려진 것 같다. 살이 좀 붙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요즘 살이 조금 불었는데 다시 까칠한 얼굴로 돌아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4월에 열리는 1차 선발전과 최종 2차전까지 통과해야 출전이 가능하다며 “후회 없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이 많다”라며 짧게 속내를 내비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어이없이 금메달을 놓친 양태영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 도중 부상으로 탈락, 그 뼈아픈 아쉬움이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그에게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남다른 감회가 교차되고 있었다.
남녀 대표선수를 대표해 유도의 왕기춘(20. 용인대)과 역도의 장미란(25. 고양시청)이 선서를 했다.
한국 역도사상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3연패의 쾌거를 이룩한 장미란은 당연하다는 분위기였지만 왕기춘의 경우는 달랐다.
왕기춘은 태릉 선수촌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되는 새내기다. 다른 종목의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로 선서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떨려서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 된다”며 손에 쥐고 있던 선서문을 한번 더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장미란의 옆에 선 왕기춘은 전혀 기죽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선서문을 읽어 내려갔다. 왕기춘은 2006년 9월 태릉선수촌에 처음 들어왔다. 당시 그의 임무는 도하 아시아게임 출전을 앞둔 이원희(27. KRA)의 3개월간의 연습 파트너였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곧바로 다음 해인 2007년 3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및 제33회 회장기 전국유도 대회에서 선배 이원희와 김재범을 차례로 물리쳐 파란을 일으켰고 그 여세는 세계유도선수권 대회 금메달로까지 이어졌다. 이원희의 포스트가 아닌 한국 유도의 일인자로 나선 것이다.
이날 훈련 개시식에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지현(25)도 있었고 역시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과 지난해에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대회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궁의 임동현(22. 한체대)도 있었다. 대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로 나선 왕기춘으로는 부담도 컸겠지만 반면에 자부심도 그에 못지 않았으리라.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양태영이나 첫 경험의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 왕기춘 이들에게 금메달은 어떤 의미일까 ?
2008년 8월 8일 개막을 시작으로 17일간 동안 열릴 베이징 올림픽은 앞으로 7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총 28개 종목에 걸쳐 302개 금메달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늘 효자 종목이었던 양궁과 태권도 그리고 레슬링과 유도가 선전을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모든 국민은 박태환과 장미란의 선전을 기대하고 염원하고 있다. 남은 시간 모쪼록 모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훈련에 매진하길 바란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왕기춘과 장미란이 태릉선수촌 훈련 개시식에서 남녀 대표선수로 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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