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환-장외룡 영국 연수기] ① 유소년 시스템 도입을 위해
OSEN 기자
발행 2008.01.16 13: 28

OSEN은 2008년 1월 16일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장외룡(49) 감독의 잉글랜드 축구 연수기를 연재합니다. 2005시즌 '외인 구단' 인천을 정규리그 준우승으로 이끌며 일약 명장 반열에 오른 장 감독은 2007년 영국으로 축구 유학을 떠나 1년간 프리미어리그와 클럽 행정, 유소년 시스템 등을 공부하고 지난해 말 귀국했습니다. 1년간의 연수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장 감독의 연수기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공개합니다.[편집자주] 지금부터 꼭 1년 전인 2007년 1월 25일 난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있었다. 영국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잠시 난 마치 신천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마 그곳에서 내 축구인생의 전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생긴 것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 후인 2월 3일 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풀햄과 뉴캐슬의 경기에 빠져 난 나 자신을 잊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흥분이 가신 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가? 과연 나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배우고 습득해야 하나?'. 자칫 화려한 프리미어리그 경기만 쫓아다닐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명장들의 선수 교체 타이밍과 인터뷰 때 말하는 스타일과 표정 등은 정말 프로였다. 하지만 이것은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것이지 한국 축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다. 그리고 난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유학하는 목표를 나 자신만이 아닌 한국 축구를 위한 것으로 높여 잡았다. 연수기의 첫 회 내용을 유소년 축구에 관한 것으로 잡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축구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장 시급히 손을 봐야 할 부문인 것이다. 유럽에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명 스타 선수들과 유명 감독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축구에 작은 보탬이 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각 지역의 클럽 팀과 잘 어우러진 유소년 축구시스템을 몸소 체험해야 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내가 유소년 축구에 대해 깊이 공부한 곳은 찰튼 애슬레틱이다. 9월부터 12월 18일 귀국하기 전까지 나는 찰튼 팀에서 3개월간 잉글랜드 유소년 클럽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배워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유심히 관찰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잉글랜드 유소년 팀들의 스케줄은 모두 똑같다는 것. 잉글랜드축구협회(FA) 규정 때문이다. 9~11세팀은 1주일에 두 번만 연습을 해야 하며 월요일과 수요일로 정해져있다. 경기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치르게 돼 있다. 12~16세 선수들은 하루 더 많아 화, 목, 토요일에 연습할 수 있다. 게임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만 한다. 이 규정은 모든 클럽 팀이 지켜야 하는 규정으로서 어느 유소년 팀을 가든지 일주일 스케줄은 똑같다. 특히 찰튼의 18세 이하팀의 스케줄은 이를 증명했다. 역시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경기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이 스케줄을 보면 수요일에는 무조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요일에 학교에 가 공부하는 것은 내가 축구를 배우던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로 인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건대 어린 선수들에게 다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배려는 한국축구에 꼭 도입해야 할 점이다. 그럼 이같이 똑같은 스케줄은 무엇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바로 선수들이 어느 팀에 가든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 휴식기에는 어떻게 자신의 몸관리가 필요하며 어떤 훈련을 언제 하는 것이 좋은지가 다른 팀에 가도 다른 것이 없다 보니 적응이 빨라진다. 가장 궁금해던 기술과 전술적인 부분에서 어떤 식의 지도가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의외로 간단했다. 어려서부터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연습 후 꼭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의 목적을 세밀하게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술적 부분은 매일 반복. 전술적 이해를 높이는 훈련은 집중력 있게. 우리가 아는 상황들을 지도자들은 모든 것을 교육적인 차원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지도한다. 아주 자세한 각도에서,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설명한다. 한국과 잉글랜드 클럽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원 터치 컨트롤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축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원 터치 컨트롤 상황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이 있는 상황서는 어떻게 패스할 것인지. 볼이 없을 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 잉글랜드는 이를 유소년 클럽 시절부터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면서 반복 훈련을 하고 있었다. 유능한 선수는 공이 오기 전에 그 다음 동작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어렸을 때 해온 반복적인 기술훈련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선수들은 공이 오기 전에 이미 어디로 패스할지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선수들은 무조건 운동장을 돌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유명 감독을 데려와 성적을 내는 것은 결코 한국축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선수들의 스텝의 폭은 굉장히 크다. 당연히 패스와 슛 동작 시에 발의 큰 스윙폭 때문에 템포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짧은 스텝으로 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달리면서 슛하고, 패스하는 빠른 템포의 축구는 바로 짧은 스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지도자들에게 감히 조언하건대 이런 기본기 훈련은 우리 축구의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한다. 물론 잉글랜드 유소년 클럽시스템은 바로 한국에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잉글랜드의 120년 프로축구 역사와 한국의 20여 년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유소년 축구를 위한 클럽시스템이, 그리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이 한국축구에도 서서히 갖춰져야 한다는 바람이다. 누구라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들도 단지 박지성과 이영표의 경기를 보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미래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리=제원진 기자 7rhdw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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