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환-장외룡 영국 연수기] ④ 영국에서 만난 축구를 사랑하는 한국인들
OSEN 기자
발행 2008.01.25 14: 35

영국서 축구 유학생활을 하다 보니 나 말고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축구를 위해 이곳 저곳을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기를 보러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에 와 있는 이도 있었다. 타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서 기쁜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와 같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곳 영국에 왔다는 그들의 말에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2007년 8월 20일부터 풀햄에서 일주일을 보낼 당시에도 풀햄 클럽에는 한국 여성이 한 명 근무하고 있었다. 아직 신입이라 더 많은 보탬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말한 그녀는 오히려 그만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나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을 정도로 겸손했으며 축구를 사랑했다. 신입이라지만 풀햄의 곳곳을 안내해주던 그녀의 설명은 군더더기 없었고 해박했다. 질문하기 전에 알아서 설명해주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이곳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한국 축구 발전에 힘을 쏟는 것도 좋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영국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그녀의 '공부'는 아직 진행 중이다. 나는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그녀는 '축구종가'라 불리우는 영국,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풀햄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런 상황만으로 감사하고 축구를 위해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하며 그곳을 나왔다. 빅 클럽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그녀를 뿌듯하게 생각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맞대결을 벌인 2007년 8월 26일 펼쳐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튼햄 경기를 보고 오는 길에도 한 한국 학생을 만났다.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맨체스터까지 왕복 6시간이 걸리는 여행길이었는데 가는 길에는 경기를 보러가는 설레임으로 덜 지루했지만 오는 길은 피곤함을 잔뜩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에서 여행 온 학생을 만나게 됐다. 축구가 좋아 영국까지 왔다는 그 학생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안 보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아 암표를 사서 경기를 보고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서 표를 발급받아 볼 수가 없다. 회원들에게 이미 표가 모두 돌아가기 때문. 한국의 팬이 축구를 보기 위해 영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것을 보고 있자니 이러한 팬들을 한국 K리그가 펼쳐지는 운동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각 구단들은 열심히 애쓰고 있지만 관중이 크게 늘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학생과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머릿속에서 '어떻게 팬들을 경기장에 데려올까' 고심했다. 축구를 둘러싸고 그 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협동한다면 반드시 해외에서도 K리그를 보러오는 열혈팬이 있을 정도로 발전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축구 팬들은 잉글랜드라고 하면 바로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등 프리미어리그 4인방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나도 역시 이들을 만나고 싶어 경기가 있을 때면 찾아가곤 했다. 특히 런던을 연고로 둔 이영표와 설기현은 자주 식사도 했으며 박지성과 이동국은 경기가 있을 때 잠시 만나곤 했다. 2007년 10월 12일 이영표 설기현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통돼지 구이로 포식을 하고 두런두런 앉아서 이런 저런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우리는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결론이 하나같이 똑같았다. 바로 '기본의 중요성'. 풀햄과 찰튼 유소년 클럽에서 몸담고 배우면서 나도 느낀 부분을 이들도 영국에서 뛰면서 똑같이 느낀 것. 단지 운동장을 돌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우리네 축구가 하루 빨리 기본기를 충실하게 배울 수 있는 축구로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1부리그 팀들의 훈련 스케줄이나 경기 일정 등은 K리그나 프리미어리그나 비슷했지만 결정적 차이는 유소년 때부터 배워온 잔기술이 달랐던 것이다. 저녁이 깊어가면서 우리는 영국의 유소년 팀 스케줄을 보고 부러움을 표현했고 여기서부터 한국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임을 알았다. 설기현, 이영표와 한국 축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오니 새벽 1시가 막 지났을 때다. 포식으로 인해 포만감을 느낀 것은 물론 그들과 의견이 나와 일치한다는 생각에 마음의 포만감도 느낀 하루였다. 박지성은 오늘도 조국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축구화끈을 바짝 메고 달리고 있을 것이다. 풀햄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도 부지런히 영국 축구의 중심에서 이곳저것을 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있을 것이다. 축구를 위해 오늘도 영국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땀방울이 훗날 한국 축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끝) /정리=제원진 기자 7rhdw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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