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유영주, 신바람 아줌마 해설 각광
OSEN 기자
발행 2008.01.31 11: 30

‘쌍둥이를 키우는 육아스트레스를 농구코트를 보며 말로 푼다’는 유영주(37. WKBL 인터넷 생중계 해설위원) 씨. 예전 선수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농구코트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상황을 순간적으로 나오는 ‘현장용어’를 동원해 애드립을 뿜어낸다. 거친 몸싸움에 강했던 그녀는 목소리도 크다. 중계를 듣다보면 현장에서 주문을 외치는 감독과 선수들의 외침이 그녀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곤 한다. 한국 여자농구의 한 획을 그었던 보기 드문 파워 포워드. 세월이 흘러 이제 그녀만의 색깔을 담은‘신바람 아줌마’해설로 우리 곁에 다가 왔다. 농구 이외 본인도 모를 또 하나의 재주를 발견하고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그녀를 만난 곳은 부천실내체육관.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를 만나 이뤄지는 개별인터뷰를 지켜보았다. 단 한번의 NG도 없었다. 카메라가 부담이 되어 보이는 후배 선수의 머리를 쓸어 올려 주며 외모에도 신경을 써주었고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어 보이는 여유도 잃지 않았다. 유영주 해설위원은 2007년 1월 5일 첫 중계 마이크 앞에 나섰다. 당시 방송을 다시 듣고는 한마디로 기절 할 뻔했다고 했다. “이건 방송도 아니고 혼자 흥분해서 떠드는데 못 들어 주겠더군요. 생방송이라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는데 1년이 좀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편해졌어요.(웃음)” 방송용이 아닌 자연스러운 말투와 흥분이 제대로 섞인 목소리 혹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한숨을 내뿜는 그 모든 표현이 시간이 흐르면서 본인 스스로도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보고 듣는 이들도 적응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면 할수록 어렵다. 한마디로 끼가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인천 송림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에 입문. 1990년 당시 실업팀 SKC에 계약금 1억 7000만 원을 받고 입단해그 해 인성여고 동기 정은순(37)과 나란히 농구 대잔치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금메달의 주역, 1997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 MVP까지 수상하면서 한국 여자농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은퇴 후 프로팀 코치생활을 하며 후배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고 그것이 지금의 해설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뒷담화?(웃음) 그런 게 인터넷 방송에서는 먹히는 것 같아요. 제 방송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극과 극이죠. 그 게 뭐냐며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어느 순간부터는 ‘시원 통쾌하다 재미있다’는 반응으로 변하더군요. 제 목표가 안티 100만이었는데 줄고 있어 안타깝네요(하하하). ” 말끝마다 터져 나오는 화통한 웃음을 듣다보면 묘하게 중독되는 느낌이다. “남자들은 일 마치면 술 한잔도 할 수도 있고 집에 오면 쉴 수도 있는데 여자는 그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시어머니가 26개월 되가는 두 아들을 돌봐 주시는데 점점 더 힘들어 하세요. 그래서 가능하면 방송 마치면 ‘땡’하고 집으로 달려갑니다.” 우리네 평범한 일상처럼 그녀 역시 스스로를 ‘슈퍼우먼’이라는 자기 암시를 머릿속에 주입시키며 가정을 지키고 더 나아가 한국 여자농구 알리기에 힘쓰는 중이다. 투정 섞인 말투였지만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지금의 과정이 결국은‘목표를 향한 한 발짝’ 이라는 유영주 해설위원은 국내 여자프로농구 최초의 여자 감독이 꿈이란다. “늘 준비 중입니다. 해설을 하면서 객관적으로 경기를 보는 안목이 생겼어요. 이 일은 제겐 알바? 뭐 아르바이트 같은 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여자 감독이 탄생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며 ‘내가 아니라도 그 누군가는 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먼 훗날 아니 언젠가 그녀의 꿈이 실현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안티 100만의 신바람 아줌마 해설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 때가 좋았지’하는 혼잣말을 할지 모른다. 감독이란 생방송 중계의 긴장감과 안티 댓글의 상처 보다 열배 백배 그 이상의 마음 고생과 중압감이 따라 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는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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