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이순철, 손목통증 수술하지 않고 이겨내다 발바리 이순철이 한때 손목 때문에 심한 마음고생을 겪은 적이 있다. 1994년 페넌트레이스 후반부터 우측 손목 통증을 앓더니 뛰는 둥 마는 둥 시즌을 버텨냈다. 보조기를 차고도 타격할 때 손이 울려 얼굴을 찡그리기 일쑤였다. 특히 볼이 빗맞을 때면 고통은 두 배였다. 문제는 도무지 통증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를 비롯한 국내 여러 의사들에게 진찰을 받아보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그 무렵 김상훈이 우측어깨 부위의 통증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상훈과 동행한 김에 이순철의 CT필름을 가지고 가서 미국 스탠포드대 임상교수와 의논해봤다. 보름 뒤에는 아예 이순철을 데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산호세 수부외과 전문의를 만나서 수술을 감행하기로 했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전문의가 한국인 2세인 탓에 한국말 반, 영어 반으로 대화를 해나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주상골 골절 수술방법이 세계 수부외과학회에도 발표됐을 만큼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장시간 논의 끝에 이순철의 손목통증이 골절편으로 인한 것이냐, 수술을 받을 경우 그 통증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가 여부에 의견이 모아졌다. 다시 논의를 거듭했다. 합의 결과 수술은 No. 수술을 하면 골절편은 제거되겠지만 통증이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허탈했다. 돈과 시간을 쏟아 부으면서 두 번이나 감행한 미국행이 별무소득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순철로서는 그보다 다행스런 일이 없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 재활요법만으로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순철은 그 뒤로도 4년간 더 선수생활을 한 뒤 1998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했고 LG 트윈스 감독을 거쳐 지난 2월 4일 발표된 신생팀의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임채준(전 해태 타이거즈 주치의. 현 서남의대 교수)
